땀
김병환
녹음
우거진
치악산 골짜기
청풍
바람 부니
가슴이 뚫리고
녹색
비 내리니
욕심이 잠든다
앵두
산딸기가
빨갛게 익으면
산새
노랫소리
정겹게 들리고
농민
얼굴에는
구슬땀 흐른다
김병환 시인의 〈땀〉은 치악산 깊은 대자연을 배경으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노동 가치를 한 폭의 수묵화처럼 그려낸 아름다운 서정시 입니다
"녹색 / 비 내리니 / 욕심이 잠든다"
시인은 치악산의 풍경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바람과 비를 통해 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특히 비를 녹색 비로 시각화한 동화적이고 신선한 감각이 돋보입니다. 이 푸른 비는 세속의 명예나 물질에 대한 '욕심'을 씻어내리는 정화(Catharsis)의 역할을 합니다.
"앵두 / 산딸기가 / 빨갛게 익으면"
푸른 수풀 속에서 탐스럽게 익은 빨간 열매들은 대지가 뿜어내는 강렬한 생명력이자 농민이 흘릴 붉은 피와 땀의 시적 변주이기도 합니다
"농민 / 얼굴에는 / 구슬땀 흐른다"
'땀'은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라, 자연의 혜택에 보답하는 인간의 가장 정직한 기도이자 신성한 의식입니다 시인은 이를 구슬땀이라 표현함으로써 땀방울 하나하나를 보석처럼 가치 있고 빛나는 존재로 격상시킵니다
김병환의 〈땀〉은 현대인들이 잊고 지내기 쉬운 노동의 정직함과 자연과의 교감을 노래합니다
자연이 비와 바람을 아끼지 않듯 인간 역시 땀방울을 아끼지 않는 대등한 상생의 관계를 화려한 수사학 대신 담백하고 절제된 행간을 통해 읽는 이의 마음까지 치악산 골짜기의 청풍처럼 맑게 씻어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