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김병환
소년은
아침 햇살에
꽃망울 터뜨리고
청년은
폭염 속에서
젊음을 불사르고
장년은
저녁노을에
무거운 짐을 벗고
노인은
후회가 꿈을
대신할 때 잠든다
인생은
흘러가는 물,
돌아오지 않는다
김병환 시인의 <물> 인생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물'의 속성에 빗대어 간결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낸 성찰의 시 입니다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 라는 추상적 시간의 흐름을 하루의 시간대 (아침-폭염/낮-저녁노을-잠)와 자연의 순환을 통해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시각화했습니다.
소년 (아침 햇살, 꽃망울): 시작하는 생명의 순수함과 가능성을 터뜨리는 꽃망울로 생동감 있게 표현했습니다
청년 (폭염, 젊음): 인생에서 가장 뜨겁고 치열한 시기를 '폭염'과 '불사르고'라는 강렬한 시어를 통해 에너지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장년 (저녁노을, 무거운 짐): 치열했던 삶을 뒤로하고 하강하는 시간대인 '노을'을 배경으로 사회적 가정적 책임을 내려놓는 고단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포착했습니다.
노인 (후회가 꿈을 / 대신할 때 잠든다)
일반적으로 노년을 '쇠잔함'이나 '지혜'로 표현하는 상투성에서 벗어나, '꿈'의 자리에 '후회'가 들어차는 심리적 변화로 노년을 정의했습니다. 미래를 바라보던 '꿈'의 인간이, 과거를 돌아보는 '후회'의 인간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잠든다"라는 영원한 휴식(죽음) 의 은유로 연결한 대목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결코 역류하지 않습니다. 시인은 돌아오지 않는다 라는 단호한 어조를 통해 흐르는 물처럼 단
한 번뿐인 인생의 유한성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인생이 돌아오지 않는 물과 같다는 깨달음은 허무주의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소년, 청년, 장년)의 흐름이 얼마나 소중한지 역설적으로 웅변하며 독자에게 나는 지금 어느 물줄기를 지나고 있는가라는 성찰을 유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