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김병환
고요한 침묵
조용한 행동
행복과 불행
성격에 있다
머리 숙이고
허리 굽히면
받힐 일 없고
싸울 일 없다
재 털어내면
숯불 빛나듯
마음 비우면
성격 좋아진다.
김병환 시인님의 작품 <성격>은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경구(警句) 같은 시입니다.
첫째, 이 시는 침묵과 겸손의 미학을 담고 있습니다.
고요한 침묵 / 조용한 행동
머리 숙이고 / 허리 굽히면 / 받힐 일 없고 / 싸울 일 없다
세상은 늘 큰 목소리와 당당한 자세를 성공의 척도로 삼곤 하지만, 시인은 오히려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야말로 나를 지키고 타인과의 갈등을 줄이는 가장 강력한 방패라고 말합니다. 받힐 일 없고 싸울 일 없다라는 구절은 삶의 수많은 풍파를 겪어낸 이만이 건넬 수 있는 연륜 깊은 통찰이자 세상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최고의 처세(處世)를 보여줍니다.
둘째, 행복의 원천을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찾고 있습니다.
행복과 불행 / 성격에 있다
우리는 흔히 행복과 불행이 외적인 조건이나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과감하게 그 주객을 뒤집어, 모든 것이 결국 자신의 성격에 달여 있다고 단언합니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삶이 천국이 되기도 지옥이 되기도 한다는 진리를 짤막한 두 행으로 밀도 있게 압축했습니다.
셋째,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비유를 통해 비움의 가치를 극대화합니다.
재 털어내면 / 숯불 빛나듯
마음 비우면 / 성격 좋아진다.
타버린 재를 털어내야 비로소 붉고 뜨거운 숯불이 본연의 빛을 발하듯 우리 마음속의 욕심과 아집 원망의 재를 털어내야만 맑고 좋은 성품이 드러난다는 비유는 무척이나 경이롭습니다. 비움은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내 안의 가장 순수하고 빛나는 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숯불의 이미지를 통해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증명해 냅니다.
김병환 시인님의 <성격> 시를 읽고 나면 거친 호흡이 가라앉고 마치 맑은 차 한 잔을 마신 듯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듭니다.
마음의 재를 털어내어 스스로 빛나는 숯불처럼, 시인이 제시한 비움의 삶은 시대를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성찰과 위로를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