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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애

작성자도요새|작성시간26.06.23|조회수25 목록 댓글 0

비애(悲哀)
김병환

개모차
강아지 태우고
개린이집
들락날락 하며

늙은 부모
병시중이 싫어
요양원
유배를 보내고

부모 돈
쓰는 게 아까워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부모는
안중에도 없는
펫팸족
자식들 때문에

개 팔자
부러운 노인은
비애의
눈물을 흘린다

김병환 시인의 <비애(悲哀)>는 현대 사회의 가장 씁쓸하고 아픈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입니다.

​주객전도된 현대 사회의 효 와 애정
​개모차 개린이집 이라는 신조어는 반려견에게 아낌없이 쏟아붓는 현대인의 지극한 정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 바로 늙은 부모의 처지입니다 자식에게 온갖 정성을 다해 길러진 부모는 이제 병시중이 싫다는 이유로 요양원 유배라는 차가운 현실로 내몰립니다.

​물질주의가 낳은 비정한 가족 관계
​부모 돈 / 쓰는 게 아까워 / 죽을 날만 / 기다리고 있다
부모를 인격체나 사랑의 대상이 아닌 단지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짐이자 유산 상속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자식들의 탐욕과 이기심이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부모가 평생 일구어온 삶의 가치가 자식들의 계산기 속에서 난도질당하는 모습은 현대 물질주의가 낳은 가장 괴기스러운 비극입니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속담의 서글픈 현실화
​노인은 개 팔자 부러운 처지가 되어 비애의 눈물을 흘립니다.
과거에는 그저 농담처럼 쓰이던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이 시 속에서는 자식에게 버림받은 노인의 처절한 박탈감과 소외감을 대변하는 문장으로 변모합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보다 반려견을 상위에 두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노인이 느꼈을 배신감과 쓸쓸함이 눈물이라는 단어에 묵직하게 고여 있습니다.

​이 시는 단순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질(부모에 대한 효도와 천륜)을 잃어버린 채 지극히 이기적인 방식으로 변질된 현대인들의 책임 회피와 애정 결핍을 꼬집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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