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선에 피어난 희망
쪽빛 하늘을 나는
새들과 바람만이 들고나는
녹슨 철조망이 쳐진 국경선과
맞닿은 조그만 마을엔
오늘도 어김없이 철없는 둥근 해만
서산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더 살아야겠다는
희망마저 잃어버린 채
친구라곤 찢어진 배고픔과
굳게 입술을 다문 푸른 하늘만 올려다보며
시린 눈물로 살고 있었습니다
길어진
내 그림자 밟고
가파른 세월을 넘어가는 별빛에 매달린
바람 같은 눈빛으로 말이죠
곰삭은
하늘을 열고 나온 저 별처럼
아이는 밤새 엄마를 기다리다
창틀에 머문 맑고 고운 햇살 한점을 따라
말없이 걸어 나온 아침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람이 머문 자리에
또 다른 바람이 머물 듯
곱게 다린 햇살 한 줌을 손등에 얹히곤
아침 위에 차려진
그리움을 찬으로 먹고 나온 아이가
내딛는 걸음마다 따라다니는 해님 사이로
바람이 밀어줘서인지
아이는 국경선 앞 철망 앞에 서서
견딜 수 없는 아픔 하나를 바라보듯
먼 산 짓더니
동물들이
파놓은 조그만 웅덩이를 지나
철조망을 넘어 걸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전쟁으로
엄마를 잃은 슬픔을 따라서....
꽃 보러 왔다가는 봄 햇살처럼
얇디얇은 얼굴로 바람을 등지고
걸어오는 아이를 향해 총구를 겨눈 병사와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애타는 마을 사람들의 눈길이
교차하고 있을 때
해맑게
걸어오는 아이를 보며
“오지 마…. 오지 마..
좀 더 오면 널 쏠 수밖에 없어”
라는
안타까움에 찌든
젊은 병사의 울부짖는 소리와
“이리와…. 거기 가면 안 돼….
돌아와….“
라며
아이의 이름을
부르짖다 지친 적막감이 머물던
그때
누군가가 아이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이리 온 아가야
엄마한테 가자….“
라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 귓가에 머물더니
하얀 웃음 방울들을 바람결에 날리며
되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있는
그곳으로 데려다준다는
그 사람의
두 팔 벌린 가슴 속으로,.......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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