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자유게시판

연하장 (행 복 의 열 쇠)

작성자장태순|작성시간25.01.01|조회수64 목록 댓글 2

 

                             지난해 출발 한 애송이 글을 읽어 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을사년 새해 뜻하시는 대로 이루어지시고,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행복의       열쇠

 

                                                                                                   장       태       순

 행복의 열쇠는 어디에 있을까?

 행복과 사랑은 전 인류가 추구하는 무형 자산이다돈 준다고 저절로 안 올 것 같고웃으며 손뼉 친다고 저절로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경제적육체적정신적으로 안정되어야 행복그것이 어떤 것 일가? 찾게 될 것 같다.

흙 수저로 태어나 고달픈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행복을 염두에 둘 여유가 어려울 것 같다.

환경이 허락해야 마음에 사랑과 행복이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큰 아들은 결혼하면서 방이 여유 있는데도별거하고 싶다고 했다걸어서 7분여 거리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결혼 직후 며느리는 재택근무 하게 되어손녀딸을 낮에는 우리한테 맡기게 되었고아내도 부업을 해서 내가

손녀딸과 놀게 되었다놀아주고 안아주면 착하고 잠이 많은 손녀는 품 안에서 잠이 든다.

조용히 뉘고 쳐다보면 천사가 따로 없다.

 유모차에 태우고 골목길을 가면 지나는 사람이 내려다보고 참 예쁘다.’해주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공주 같고,

자전거 앞에 태우고 냇물 산책길을 달릴 때 지나는 사람들 중 손녀에게 잉크를 하면 더 멀리 가자고 보챈다.

 며느리는 오후 3시경에 손녀를 데리고 집에 왔다날마다 오는데도 올 시간이 되면 문 밖에 나가 기다렸다.

 왼쪽 팔꿈치를 직각으로 세우고오른쪽 손목을 산들산들 흔들며삐악삐악 병아리 소리 나는 앙증맞은

샌들을 신고, “할아버지!”를 부르며 넘어질 듯 달려온다하얀 살결에 까맣고 맑은 눈삐삐처럼 양 갈래 머리를

휘날리며 함박 웃는 천사가 와락 안긴다아무도 내게 가슴 뿌듯하게 안겨 온 적이 없는데가슴에 하얀

화선지가 펼쳐지고아름다운 꽃이 피어난다가슴 가득 포만감으로 모든 시름 날아가고 행복했다.

 밤에는 모녀의 경호원이 되어 보금자리까지 데려다준다.

할아버지 안녕히 가세요조심해서 가세요.”

양손을 배에 대고 허리 굽혀 배꼽 인사를 하는 세 살 배기치 곤 성숙한 인사말이 나를 흐뭇하게 했다.

손녀가 문화 센터를 가게 되면 한 시간여 기다려야 했다지루 할 만도 한 시간이지만 귀염둥이가 노는 모습을

훔쳐보면서 즐겁게 보냈다.

 

  네 살 되던 해 유치원에서 학습 발표회가 있었다시민회관 본관 관람석에는 어린이들 식구들이 만석을 이뤘다우리 부부와 아들 며느리가 일찍 서둘러 앞자리에 앉았다손녀는 개막 인사를 한다고 했다태어나서 처음

많은 관중 앞에 서는데더구나 개막 인사라니 네 살 배기가 잘할까 조바심이었다시작하기 조금 전 막 밑쪽에

빼꼼히 머리를 내미는 손녀손가락으로 표시를 해주자 식구들을 확인하고 쏙 들어갔다. 잠시 후 오른쪽에서 손녀 선배가 먼저 나오고 왼쪽에서 손녀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천사처럼 나타났다. ‘’ 소리 지르고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지만 실수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선배는 영어로, 손녀는 통역을 했다우리의 기우를 무색하게,

또박또박 실수 없이 무난하게 했다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행복했다.

 

  어머니는 6.25 전쟁 이듬해 해빙기전국적으로 태풍처럼 몰아친 돌림병에 전염되어 돌아가셨다.

내 나이 여덟 살 때였다안주인이 없는 둥지는 황량하기만 했다.

 아버지는 유교 사상이 투철해 학처럼 고고한 선비이기를 고집하였다도시 생활 보다 시골 사는 선비가 좋고,

가난에 비굴해서는 안 된다 라는 사고방식이었다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했지만일찍이 한학에 몰두하여

나를 삼강오륜과 명심보감을 세뇌시키려 했지만 받아줄 수 없었다춘추전국시대논어손자병법 등 중국

역사를 비롯하여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그림 그리듯 설명하고공명의 출사표는 구구단 외우듯 했다. 

종친회 일과 이장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가정 일에는 소흘해서 가정 경제는 파탄에 이르렀다.

세끼 밥이 그리웠고고달픈 삶에 웃음을 잃었다.

 불운 속에서도 감격의 순간이 있었다틈틈이 공부한 보람으로 1969년 9급 공무원에 합격했다. ‘날아 갈듯

기쁘다.’ 란 말을 처음 경험했다발표장에서 이름 석자를 확인하고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환희로 몸이 공중

으로 부웅 떠 올라 십 리나 되는 집까지 날아서 갔다아버지한테 합격했다고 말하고 나서야 땅을 의식했다.

 

  ‘부부는 성격이 다르게 만나는 경우가 많다.’라는 말이 있다아내를 중매로 만나 결혼했다아내와는 체질,

성격모든 면에서 반대라 덥다면 안 덥다고 맞서니 각을 세우는 날이 많았다비빌 언덕이 없던 우리는

배수진을 치고 열심히 살았다휴일은 반납하고 여행은 은행에 저금했다귀여운 두 아들의 재롱도 외면하고,

아내를 살뜰하게 사랑하지도 못했다. 마음의 여유에 인색했고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다또다시 화내면

안 산다는 녹음기가 심심찮게 돌아갔고누가 옳고 그르다기보다 다르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꾹 참기를 번복하며 살다 보니 주례사 말씀처럼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어갔다.

 

 손녀가 오고부터 상극인 아내와 공통분모를 갖게 되었다같이 아끼고 사랑하는 공통분모, 짜증을 내다가도

손녀만 오면 먹구름이 사라진다대화 소재가 생겼다는 것이 중요하다우리 부부에게 완충 역할을 하며 잃어

버렸던 사랑을 돼 찾아준 귀여운 천사다농부가 가을에 주렁주렁 달린 빨간 사과를 바라보며 느끼는 희열

이랄까내 인생의 결실손녀를 보는 마음은 가슴 벅찬 행복이다아기들에게 무심했던 내가 안아 주고 싶고

귀여움을 느낀다주는 사랑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스토우 부인이 쓴 엉클 톰 케빈

책머리에 ‘사랑이 있는 곳에 행복이 가득하다.’라고 쓰여있다.

 

 노인들 카톡 바탕 화면은 손자 손녀들 사진이다손자 손녀들 자랑하는 노인들 보면 아주 행복해 보인다.

전화벨이 울린다.

그대 없이는 못 살아나 혼자는 못살아할아버지 보고 싶어요사랑해요!”

해운대로 휴가 간 손녀한테서 온 전화다.

“ 나도 너 보고 싶어사랑해엄마 아빠 말 잘 듣고 재미있게 놀다 와!” 보고 싶다행복의 열쇠.

 싱글족이 너무 많아 기성세대의 걱정거리다. 인구 감소로 국가 소멸 문제까지 심각하지만,

이기주의에 마음을 닫아 버렸다면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도 언젠가는 피치 못할 노후가 온다인간은 내리사랑이다.’라는 말도 있다.

늙어보니 손녀 사랑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새삼 알게 된다노후에 외로움을 어떻게 해결할 가생각한다면 손자 손녀들과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것도 외로움을 달래는 길 아닐 가그들이 행복의 열쇠다.

                                                                                  ㅡ     끝    ㅡ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박경석 | 작성시간 25.01.01
    장태순 작가의 좋은 글.
    계속 분발하세요.
  • 작성자장태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1.01 감사합니다.
    송구스럽습니다.
    강건하세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