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
그림자 낮게 드리운 길목에
생명 빛바랜 망념이
내면으로 숨는다
짙게 여울져
침전하는 앙금처럼
초조한 시간의 아픔과 함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얽힌 미로는 더 얽히고
파란 이끼 되어
가슴에 멍으로 멎는다
떨쳐버려야 한다
언제까지 이 고통이
나를 사를 것인가
* 12.12 군란을 겪은 그날 밤에
새끼손가락
굳세게 고리를 만들어가며
수백 번 다짐했던 말들
말의 높이만큼
쌓이고 부서졌던 약속들
설날 새벽
마음 다지며 손을 씻는다
얼마 동안 저버렸던
믿음도 씻어 건진다
열려오는 많은 생각이
손가락에 찡하다
결국에는
이렇게 외롭게 남는 것
새끼손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