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나의 문학세계

작성자박경석|작성시간20.05.08|조회수48 목록 댓글 0

프롤로그                                              

                                         나의 문학세계

                                                                                                                   

  내가 6년제 대전중학교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우리 학교는 충청권은 물론 전국에서 명문 학교로 그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교직자 또한 국어에 윤종만 선생님, 지헌영 선생님, 수학에 장기성 선생님, 권의석 선생님 등 어느 명문 학교의 선생님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실력자요 교직 사명감이 투철했다.

 내가 지금의 잣대로 보아도 이들 교직자는 탁월한 학자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 가운데 특히 국어 윤종만 선생님은 잊을 수 없다. 오늘날 내 인생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헌영 선생님은 漢字를 중심으로 한 중국 문학에 박식했지만 윤종만 선생님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비롯해서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국문학에 중점을 두고 강의했다.

 내가 우리나라 최초의 4년제 정규 육군사관학교 진학과 오늘의 내 문학세계를 걷게 된 것도 윤종만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은 결과였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설명하면서 문학의 전제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다. 나는 선생님의 뜻에 따라 6.25전쟁, 베트남전쟁에 전투 지휘관으로 참전하면서 주요 사건들을 철저히 기록하였다. 그 기록들을 되새기면서 쓴 글들이 오늘날 박경석 소설문학의 골간이다.

                                                                                                                               

 나는 27세의 육군 장교 시절 필명 韓史郞으로 등단하여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군과 문학은 얼핏 상반된 개념 같지만 내 경우, 오히려 야전에서 얻은 경험이 문학 속에 더 뜨겁게 깃들게 된 듯하다. 휴전선을 지키며 높고 낮은 산야의 신비와 아름다움, 이름 모를 형형색색 들꽃의 청초함, 바위틈 용틀임으로 솟아난 소나무에서  겨레의 삶과 기상을 찾을 수 있었다.

 미학의 감성이 남보다 더 뛰어난 것도 아니건만 조국의 산야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야 했던 나는 생명의 오묘함과 함께  시심이 샘솟는 서정에 젖었다. 더구나 삶과 죽음이 넘나드는 6.25전쟁, 베트남전쟁 두 전장의 피맺힌 체험은 격정의 감성까지 부추겼다. 이토록 가슴에 사무치게 느끼는 열정은 조국애일까, 아니면 우리 고유의 풍속과 자연의 소박함에 매료되었기 때문일까. 이런 일상의 사유에서 나는 남다른 애착으로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옮기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다. 박경석 시문학은 이렇게 싹텄다.

 이 시집은 귀향 후 7년 6개월 동안에 쓴 시를 묶었지만 제2장과 제3장의 몇몇 시는 현역 시절 또는 격동기에 쓴 미발표시를 책장 속에서 꺼내 그 당시의 정황도 독자에게 보이는 것이 좋을 듯해 게재했다. 특히 이 제22시집은 나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귀향과 함께 필명 韓史郞으로 등단하여 6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 작품집이기 때문이다.

                                                                                                          

                                                                                                 박경석

                                                                                     대전광역시 유성구 자이 서재

                                                                                     2020년 장미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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