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남 전선에서 국군을 본다
모윤숙
집 떠난 국군 너 국군의 화랑들아
육지와 하늘 바다의 길손이되어
이 열풍 속에 달리는 모습
두터운 우정과 용감한 기백으로
더욱 소나기 뿌리는 이 남국에
자유를 잉태하려 전진하는 국군을 본다
나도 몰라 여기가 어딘지
살뜰한 우리 국군 여기서 만났네
저 잎새 무성한 푸른 가지에
향수에 흐느낀 적 몇 번이었을까
어머니 나라 떠나기 이번이 처음
그대들이 늠름히 여의도를 거쳐 떠나던 날
온 동포는 가슴 설레 어쩔 줄을 몰랐지
우리 처음이라 어쩔 줄을 몰랐지
보내고 나니 하루하루 마음 설레어
여기 어딘지도 모르고
엄마 누나 아내와 애인을 대신하여
그들의 눈물겨운 꽃다발을 모아 안고
잘있는지 보고 싶어 잠시 왔노라
가까이 있었을 땐 이럴 줄을 몰랐노라
찬바람 날리는 최전선 지키다가도
이따금 주말엔 만날 길이 있었더니
훌훌이 떠난 후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기도의 메아리
나 흙투성이 더운 땅에서
햇빛이 뜨거워 몸부림 칠 때
서늘한 바람으로 그들을 싯켜 주소서
신이여 그들에게 용기와 생기를
잘 싸우라 비는 마음 온 겨레가 한 마음
조국의 용사여 자유와 해방의 용사여
이제 나는 또 보노라
만리를 넘어 온 국군을
억센 발걸음 멈추지 않고
이름 모를 강물에 입술을 적시며
이 깨어진 땅을 위해
공포와 살륙의 음모를 막는 국군을 본다
장하여라 그 얼 그 정신
굽힘없는 이순신의 저항이다
가도 가도 깊어지는 저 밀림 수렁에
몰아오는 적의 고함을 따라
아시아의 열풍에 몸을 떨면서
죽음을 마다 않고 달리는 국군을 본다
그 내뿜는 정의의 분노를 본다
어두운 정글을 헤치며 내닫는
승리의 국군을 본다
또 다른 전선에서
또 다른 전선에서
*1966년 5월, 박경석 在求大隊長 CP에서
[설명]
베트남 전선에서 1966년 5월 어느날, 사이공(현 호치민)의 주월한국군사령관 채명신 장군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고국에서 유명한 모윤숙 시인이 왔는데 박 중령 대대에 보낼 테니 안전하게 잘 모시고 전선 상황을 설명해 주도록"
다음날, 헬기 편으로 모윤숙 시인이 대대에 도착했다. 모윤숙 시인은 "채명신 장군에게 부탁해 시인인 박경석 중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나는 경호 대책을 철저히 지시한 후, 대대에서 건설한 在求村을 보여주고 전선 상황을 설명한 뒤 정글 속 CP 천막으로 돌아오자 모윤숙 시인은 손가방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더니 날쌔게 시 한 편을 즉석에서 지어 나에게 주었다. 이 시를 55넌 전 서류 뭉치에서 찾느라 한나절이 걸렸다. 나에게는 이 시가 의미있는 작품이기에 여기에 정중히 초대시로 올린다.
모윤숙 시인 약력
출생 1910년 3월 5일
별세 1990년 6월 7일 (향년 80세)
학력 이화여전 영문과 졸업
문학 등단 1933년 시집 '빛나는 지역'
국제PEN클럽 부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2대 회장
국제 PEN 한국본부 6대 회장
수상 1991. 금관문화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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