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조국에 바치는 시
1.조국에 바치는 기원
곱게 단장하여 다가서는
당신의 밝은 체취
세월 조바심의 눈빛으로
면면히 이어져 왔지만
지금은 갈라진 산하
당신의 영혼 잃고 말았습니다
상속받은 천 년 역사의 장 찢기운
후손은 6월을 불태우고
상잔의 모진 상처 남겼습니다
강토의 허리에 철책 둘러
동족의 숨통 죄이고
지하에는 땅굴 빚어
속 가슴까지 뒤척이는 오늘은
차라리 비극입니다
당신의 유산을 간직하지 못하고
두동강낸 우리의 죄과는
표류하는 거센 물살에
내던진 겨레의 긍지였습니다
욕망의 화신으로 변한 당신의
착한 백성은 어제도 오늘도
제각기 탑 쌓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이제 명징한 당신의 훈도
다시 뜨거운 손길 내리소서
혼돈의 겨레 불쌍히 여기시고
지난날의 역사
통일 신라와 고구려의 기상
빛나는 고려 문화
이순신의 '殺身救國'
상속받은 그때의 자리에
돌아가게 하소서
마지막 교각을 붙들고
구원을 간구하는 심정으로
선진 통일 조국을 염원합니다
2. 그대 가슴속 별로 뜨리라
물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낮은 대로
더 낮은 대로
흘러가면서
높은 곳으로 날아가
색깔도 무게도 없는
영혼으로 살다
다시 내려와
물이 되어 흘러가며
영겁 속에서 살다가
부활하여
그대 가슴속
별로 뜨리라
3 고려청자
현란한 단풍 드리우고
가을 가랑비 사이로
언뜻 보이는 하늘
비취색이던가
미인의 뒷모습
돌아보지 않는
아쉽디 아쉬운 고요
그래서
웃는 표정보다 정이 가고
요염보다 아름다운
기다림의 환희
사랑에 부끄럼타는
원앙새 보이네
기쁨에 놀란 학이 날으네
함초롬히
들국화도 피어 있네
오 마침내
겨레의 숨결도 들리네
4. 조 국
젊음은 충정의 의기로 횃불되어
저 역사의 대하 위에 비추이니
오 찬연하여라 아침의 나라
영롱하게 빛뿜는 영혼의 섬광
이어온 맥박 영원으로 향하고
여기 찾은 소망 자손에 전한다
반만 년 다시 누만 년을 위해
곳곳마다 눈부신 꽃무지개 피어올려
승리로 이어지는 축제 삼으리
내 한 몸 으스러져 한 줌 흙 되어도
온 누리에 떨치고 싶은
오직 하나뿐 어머니인 내 나라여
5 천년송 만고풍상 겪어 온 이끼 낀 바위 옹두라지 틈 뒤틀려 굳은 살로 자라 용틀임으로 솟은 천년송 줄기와 가지마다 울퉁불퉁 마디 지고 한 맺힘이 옹골차 보이지만 솔잎을 볼 때면 생명 파랗게 숨쉰다 독야청청 고고함을 뽐내느라 세상을 내려다 보면서 유유히 서 있다 나이테 하나 하나에는 겨레가 모지게 당한 아픔만큼 살아 온 고통이 스며 있고 절절이 슬픔이 뱄다 세월이 흘러 갈수록 강인한 저항력 불굴의 인내 더하여 오늘까지 면면히 이어 온 숨결을 듣는다 험한 풍설 휘몰아치면 죽은듯 하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줄기찬 생명도 본다 오 천년송이여 겨레의 강건한 절기 겨레의 불멸의 의기 도도하게 이어가는 역사의 당찬 맥락이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