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파킨슨을 지나며 나는 일기예보관의 고충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어제와 같은 약을 같은 시간에 먹었는데 오늘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어떤 날은 부드럽게 걷고, 어떤 날은 다리가 바닥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분명 같은 조건이라 생각했는데 몸은 늘 다른 답을 내놓는다.
초기 파킨슨 시절의 관심사는 단순했다.
약을 먹으면 좋아지고, 약효가 떨어지면 나빠졌다.
세상은 ON과 OFF라는 두 개의 계절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중기 파킨슨에 들어서자 나는 전혀 다른 세계와 마주하게 되었다.
몸이 좋아지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흔들림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다리를 떠는 움직임이 왜 생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것이 dyskinesia라는 이름을 가진 또 하나의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흔들림을 지나면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가 당기고 꼬이고, 발목에서 이상한 신호가 올라오고, 보행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세계.
바로 off dystonia의 세계였다.
돌아보면 나는 오랫동안 이 두 세계를 구분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흔들리는 것도 파킨슨 때문이라 생각했고, 다리가 잠기는 것도 파킨슨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록을 시작하고, 약효 곡선을 관찰하고,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을 적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흔들림에도 규칙이 있었고,
잠김에도 순서가 있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기록한 이야기다.
한 명의 환자가 자신의 몸을 관찰하며 dyskinesia와 dystonia를 구분하게 된 과정, 그리고 ON과 OFF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회색지대를 이해하려 했던 기록이다.
정답을 찾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예전보다 조금 더 내 몸의 날씨를 읽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흔들리는 병의 세계에서 시작해 결국 off dystonia의 세계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