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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님의파킨슨일지

파킨슨 중기 여행기 2부 네트워크

작성자곰돌이푸|작성시간26.06.22|조회수37 목록 댓글 0

 

제1장. 도파민 네트워크움직임의 엔진

파킨슨병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세상은 비교적 단순했다.

흑질의 도파민 신경이 죽어간다.

도파민이 부족해진다.

움직임이 느려진다.

그리고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면 된다.

이 단순한 설명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고, 또 상당 부분 사실이었다.

처음 레보도파를 복용했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몸이 다시 움직였다.

굳어 있던 관절이 풀리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잃어버렸던 시간을 되찾은 듯했다.

마치 오래된 자동차의 엔진에 다시 연료가 공급된 것처럼.

도파민은 기적이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파킨슨병 치료의 중심에는 언제나 도파민이 있었다.


우리 뇌의 깊은 곳에는 흑질(Substantia Nigra)이라는 작은 구조가 있다.

그곳에서 만들어진 도파민은 선조체(striatum)로 전달되고, 기저핵이라는 거대한 운동 조절 시스템을 움직인다.

기저핵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움직임을 시작하게 하는 Direct pathway.

다른 하나는 불필요한 움직임을 억제하는 Indirect pathway.

도파민은 이 두 길의 균형을 조절한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조율하는 역할이다.

도파민이 부족해지면 엑셀은 약해지고 브레이크는 강해진다.

몸은 움직이려 하지만 움직임은 늦어진다.

걸음은 작아지고,

팔 흔들림은 사라지고,

얼굴 표정은 줄어들고,

글씨는 점점 작아진다.

이것이 서동(bradykinesia)이다.

파킨슨병의 가장 본질적인 증상.

그리고 도파민 네트워크가 무너지면서 나타나는 첫 번째 신호다.


레보도파의 발견은 혁명이었다.

한때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던 환자들이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죽어가던 엔진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도파민은 단순한 약이 아니라 희망이었다.

그리고 많은 환자들은 레보도파와 함께 허니문 시절을 보낸다.

약을 먹으면 움직인다.

효과는 몇 시간씩 지속된다.

생활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다.

병이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릴 정도다.

하지만 파킨슨병은 정적인 병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파민 네트워크는 점점 불안정해진다.

한때 넓고 평탄했던 강은 점점 좁아지고 얕아진다.

도파민을 저장하고 완충해주던 능력이 사라진다.

그러면 약효는 더 이상 부드럽게 유지되지 못한다.

ON과 OFF가 생긴다.

잘 움직이다가 갑자기 몸이 굳는다.

출력이 올라왔다가 떨어진다.

하루가 여러 개의 작은 날씨로 나뉜다.


어떤 날은 맑음.

어떤 날은 흐림.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듯 몸이 굳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약물 조절은 수학이 아니다.

일기예보에 가깝다.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도 비가 올지 안 올지 완벽하게 맞히지 못한다.

하물며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와 수많은 환경 변수가 얽힌 인간의 뇌를 어떻게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

중기 파킨슨병 환자들이 일기를 쓰고, 패턴을 기록하고, 몸의 변화를 관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다.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움직임은 느려진다.

하지만 도파민을 너무 많이, 너무 빠르게 올리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몸은 흔들리고,

원하지 않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상운동증(dyskinesia)이다.

부족해도 문제이고 넘쳐도 문제다.

강물은 너무 말라도 안 되고 홍수가 나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수위다.

피크를 너무 높이지 않고,

골짜기를 너무 깊게 만들지 않는 것.

높은 산보다 완만한 언덕이 더 걷기 편한 것처럼.

어쩌면 중기 파킨슨병의 약물 치료는 최고점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계곡을 메우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일들이 생긴다.

약은 듣고 있다.

몸도 움직인다.

그런데 발이 붙는다.

균형이 흔들린다.

뒤로 밀린다.

말소리가 작아진다.

몸통은 통나무처럼 돌아간다.

분명 엔진은 살아 있는데 자동차가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제야 깨닫게 된다.

도파민은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엔진은 살아 있지만 자동차 전체가 엔진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중기 파킨슨병을 이해하기 위한 진짜 여행은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도파민의 세계를 넘어,

균형과 자세를 담당하는 또 다른 회로들.

주의력과 낙상을 조절하는 시스템.

몸의 자동항법장치들.

우리는 이제 다음 장에서 그 새로운 세계와 만나게 된다.

제2장. 콜린성 네트워크― 균형과 주의력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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