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아래 , 너를 위해
채봉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마치 예준이의 눈빛과 같았다.
그 눈빛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아려왔고, 한편으로는 따스했다.
그는 입대 전날, 마지막으로 예준이를 만나러 갔다.
"봉구야, 정말 가는 거야?"
예준이의 목소리는 떨려 있었다.
봉구는 웃으며 예준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응. 너를 위해서라도 가야 해."
"내가 원한 게 아니잖아!"
예준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
"왜 나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해?"
채봉구는 조용히 예준이의 손을 잡았다.
"난 너를 지키고 싶어. 그리고... 너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예준이는 그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숙인 예준이를 봉구가 안아버려서 품 속에 가득 예준이가 찼다.
"네가 날 기다려 줄 거지?"
예준이는 봉구의 품 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릴게. 하지만 네가 힘들면 언제든 말해.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
그 순간, 봉구는 더없이 행복했다.
이별의 아픔이 밀려왔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두 사람은 서로를 꼭 안았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은호였다.
그는 멀찍이 서서 봉구와 예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준이를 향한 감정을 숨길 수 없는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봉구가 떠나면... 내 기회가 있을까?'
은호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동시에 봉구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두려웠다. 예준이의 눈에는 언제나 봉구만이 담겨 있었으니까. 그는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돌렸다.한편, 봉구는 입대 전날 또 다른 일로 마음이 복잡했다.
오랜 소꿉친구 하민이 갑작스럽게 그에게 키스를 해버린 것이다.
"봉구야..." 하민은 키스 후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해... 하지만 널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았어."
봉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민이 그를 소중히 여긴다는 걸 알았지만, 이렇게 감정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
"하민아... 난..."
"아무 말 안 해도 돼."
하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한 발 물러섰다.
"그냥... 네가 잘 다녀오길 바랄게."
입대하는 날, 봉구는 마지막으로 예준이를 바라보았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건강해야 해. 알았지?"
예준이는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은호가 다가와 예준이의 어깨를 감쌌다.
"봉구, 잘 다녀와. 걱정 마. 예준이는 내가 잘 돌볼 테니까."
봉구는 은호를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예준이는 스스로도 잘 해낼 거야. 하지만... 고마워."
한편, 멀리서 하민은 아무 말 없이 봉구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제의 키스를 후회하진 않았지만,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도 아팠다.
그때 봉구의 휴대폰이 울렸다. 친형이 보낸 메세지였다.
[노아 형] - "봉구야, 인생에는 선택의 순간이 온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날이 올 거야.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별빛 아래 네 마음을 들여다봐. 네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봉구는 메시지를 읽고 잠시 숨을 멈췄다. 형의 말은 단순한 조언처럼 보였지만, 그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예준과 하민. 모두 소중한 존재들이었지만, 결국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할 날이 온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밤하늘을 바라보니, 끝없이 펼쳐진 별들이 마치 서로 다른 길을 암시하는 듯했다.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까. 그 답을 찾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군대 입소를 위해 정문을 지나며, 봉구는 청춘의 한 장이 넘어가는 것을 느꼈다. 별처럼 빛나는 순간들도 언젠가는 사라지지만, 그 빛이 남긴 흔적은 영원히 가슴속에 남는 법이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지금, 그는 별빛 아래에서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봉구는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가 걸어가는 길 너머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예준과 하민, 그리고 자신이 걸어가야 할 청춘의 길을 비춰주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