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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즈4]심즈 인 로맨틱 파리- 샹젤리제

작성자신경외과|작성시간22.03.13|조회수178 목록 댓글 0

 

오늘도 소란스러운 파리의 아침. 밤새 사랑을 속삭인 연인들은 서로를 껴안은 채 낄낄대고 술꾼은 취한 채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가난한 예술가들은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그리며 자연을 속삭인다. 각기 다른 저마다의 사연과 인생이 섞여 울고 웃고. 그렇게 파리는 오늘도 예술의 도시로서 기능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밤이 되면 로맨틱한 조명도 켜주는 낭만의 도시 파리. 달빛 아래 수줍은 연인에게 소네트를 읊을 준비는 되었나요?

 

1820년대의 19세기 파리.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어 돈을 많이 벌고 싶어! 라는 목표를 가진 채 불타는 열정과 맨몸으로 파리에 갓 올라온 무명 피아니스트 청년이 있다. 수많은 파리의 예술가들의 틈바구니 속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그는 버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오늘도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모두 좋은 아침! 

 

흥에 취해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자 윗집에서 물 한바가지가 쏟아져 내린다. 조용히 해 이 얼간이 음치 XX야! 노래를 부르기 전에 엄마 젖이나 더 먹고오지 그래?

 

주인: 어, 리스트 군 왔는가? 오늘도 맨 먼저 술집 출석도장을 찍었군. 자네가 술을 팔아주면 좋긴 하지만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게. 그렇게 잘 생긴 외모를 가진 채 이른 나이에 술병으로 죽으면 아마 슬퍼할 여인들이 한둘이 아닐세! 

 

 

리스트: 농담이 재밌군요. 전 아직 누군가에게 정착할 생각이 없답니다. 아니 아마 자유로운 걸 좋아하기에 누군가와 평생 결혼할 일도 없을 겁니다~

 

 

주인: 어이구 고양이가 생선을 끊는 소리군. 바람둥이씨! 아무튼 새로 들어온 포도주 맛 좀 볼텐가? 부르고뉴에서 갓 딴 포도로 만든걸세!

 

한참 술에 집중하려는데 어디선가 처량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리니 보라빛 옷을 입은 남자가 세상 슬프고 가녀린 모습으로 서럽게 울고 있었다. 리스트는 순간 그 남자를 보고 생각했다. 우는 모습이 아름답다....

 

리스트: 저....무슨 일이신가요? 당신은 왜 울고 있죠? 제가 무엇으로 위로해드려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어요!

 

 

그의 말에 훌쩍거림을 멈춘 남자는 고개롤 살며시 들었다. 고동색 머리카락에 눈처럼 하얀 피부. 청색이 섞인 보라빛 라일락 눈동자. 가녀리고 마른 몸매와 손가락. 우아하고 붉은 입술! 딱 내 이상형이잖아? 리스트는 숨을 멈추고 남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관찰한다. 여인이라면 덮어놓고 청혼부터 했을거야, 리스트는 한눈에 깨달았다. 아 난 사랑에 빠졌구나! 

 

쇼팽: 오늘 사실 고향에서 편지를 받았어요. 몇년을 사귄 약혼녀가 있었는데, 그녀가 헤어지자고 했어요.... 몸이 약한 남자와는 더 이상 함께하는 것이 질리다면서 일방적으로.... 전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어요! 그녀와 결혼을 하고 저를 닮은 예쁜 딸을 갖는게 큰 소원이었죠. 약혼녀가 오늘 다른 사람이랑 결혼을 한데요.... 당신이라면 이 사실을 웃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나요?

 

 

리스트: 이봐요 쇼팽! 세상에는 여자가 반이라고요! 잊어요 잊어! 포도주로 모든 걸 잊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여자가 싫다면 남자는 어때요? 저 같은 남자!

 

 

술에 취한 리스트는 낄낄대며 농담을 건넨다. 아니 어쩌면 진심일 수도 있었지만.

 

쇼팽: 저를 프레데리크라고 불러 주실래요? 길어서 귀찮다면 그냥 프리드라고 불러도 돼요! 친구들은 저를 주로 애칭으로 부르니까요. 그나저나 당신도 피아니스트라고요? 저도 피아니스트에요! 폴란드에서 파리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요.

 

리스트: 혹시 왈츠 좋아하세요? 파리에서는 요즘 왈츠가 유행이라던데. 전 도무지 작곡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쇼팽: 제가 쓴 왈츠 들려드릴까요? 처음 왈츠를 출판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거든요. 당신이 저를 좋아해주니 기쁘군요, 언젠가는 당신만을 위한 왈츠를 들려주고 싶어요!

 

리스트: 그는 해맑게 웃으며 폴란드 이야기, 고향의 음악, 파리의 유행에 대해 열심히 나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무언가 매우 신선했다. 늘 보석이나 옷을 사달라며 졸라대는 지겨운 여인들이 아닌 자신과 같은 코드를 가지고 온전히 같은 취미와 주제로 대화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사람. 저런 사람이라면 친구 이상으로 아마 평생을 함께해도 괜찮지 않을까? 욕심이 생겼다.

 

 

쇼팽: 처음 금발머리의 남자가 위로를 건네주었을 때 기분이 좋았다. 고향을 떠나 혼자 살았고,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위로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처음 받아 본 위로는 너무도 달콤했고, 잘생긴 얼굴과 입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음악 이야기는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저런 남자라면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 나의 연약함을 보충해 주고 생기를 채워주는 멋진 태양!

  

쇼팽은 아마 나의 추악한 욕망을 알지 못하겠지. 리스트는 그에게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지만 행여 그가 상처입고 더 거절하지 않을까 불안감이 든다. 한편으로는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쇼팽은 웃으며 술집 피아노로 왈츠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우아하고 차분한 선율에 둘러싸인 그는 매우 성스럽고 행복해 보였다. 음악의 천사가 있다면 바로 이런걸까? 

리스트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 세레나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 연주를 듣는 쇼팽의 얼굴은 유독 붉었다. 술 때문일까?

 

제 바이올린 연주 들어보실래요? 썩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려고 곡 몇 개를 만든적은 있습니다. 오늘 밤 처음 당신에게 곡을 들려줄 수 있어 매우 기뻐요! 

 

쇼팽: 어지러워요....당신의 음악에 취한건지 아니면 술에 취한건지 잘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오늘 밤 당신과 함께 더 있고 싶다는 거에요. 저와 있어주실래요?

 

 

리스트는 속으로 감사인사를 올린다. 이름 모를 여인이여, 이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남자를 제 손으로 걷어차다니. 아가씨는 복을 걷어찬 거나 마찬가지군요! 아무튼 이 아름다운 남자는 이제 제껍니다.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가락 끝에 입을 맞추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눈웃음을 지으며 웃는다. 무슈 쇼팽, 당신은 우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웃는 모습이 더 아름답군요. 제가 함게하는 동안은 당신에게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을 더 많이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자고 가라고 하자 기쁨의 댄스를 추는 리스트. 꼭 맞는 이상형이 나보고 자고 가래요! 오늘 밤 같이 라면 먹을 수 있을까요?

 

배가 고프니 뭘 좀 먹자며 카페로 온 쇼팽. 케이크도 스테이크도 아닌 꿀과 사과 1개? 쇼팽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돈이 없어서....

 

내가 돈이 많았더라면, 그에게 최고급 요리를 몽땅 사 줄수 있었을거야!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를 쳐다본다. 그 와중에 손가락으로 꿀을 빨아먹는 모습도 아름답네.  

 

사과를 먹는 모습이 백설공주 같아. 리스트는 쇼팽에게 순간 드레스를 입히면 어떤 느낌일까 머리를 굴려본다. 그가 내 생각을 안다면 아마 내 거시기를 걷어차도 할 말이 없었겠지! 

 

시원한 레몬에이드, 요거트 있습니다! 오늘은 특별 할인합니다!

 

저 요거트 주세요! 동시에 프랑스어로 같은 주문을 하고 같은 동작으로 손을 뻗자 서로 통했다며 깔깔대는 음악가들. 프리드? 오늘은 내가 요거트 사줄게요!

 

맛있다는 듯 오물거리며 요거트를 먹는 쇼팽. 너무 말랐어, 리스트는 언젠가 쇼팽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면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여 살찌운 뒤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돈을 잘 버는 피아니스트가 돼서 쇼팽에게 배부르게 최고급 음식을 사 줄거야!

 

쇼팽: 긴장했어요? 표정 풀어요. 제가 이래보여도 그림도 제법 그릴 줄 알아요! 저를 즐겁게 해준 기념으로 초상화를 선물할게요! 얼굴이 잘생겨서 그런지 그림도 잘 나오네. 이 초상화를 보고 언제든 저를 기억해 줄 수 있나요?

 

한참 거리를 걷다보니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한 연주자가 첼로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달콤한 로맨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주변을 둘러싼 많은 커플들은 행복한 듯 서로의 손을 잡고 춤을 추거나 입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들은 매우 행복해보였으며 아무런 걱정도 없다는 듯 즐겁게 웃고 있었다.

 

우리도 춤추지 않을래요? 리스트는 쇼팽의 허리를 잡고 발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쇼팽은 부끄러웠지만 눈 앞에서 웃고있는 초록빛 눈동자를 보니 어딘지 안심이 되는 것 같아 기꺼이 그의 움직임에 발을 맞춘다. 사람들은 남자 커플들이 광장에서 춤을 추자 환호성을 지르고 휘파람을 불어대며 그들에게 장미꽃과 동전을 던진다. 음악이 점점 빨라지고 그들의 얼굴에는 땀이 한가득이었지만 그들은 지치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생기넘치게 춤을 멈추지 않는다. 

 

친애하는 리스트씨. 목은 안돼요! 제 약점이란 말입니다. 간지러워요!

 

어라 기절했네? 하여간 순진하고 귀여운 사람. 마치 잠자는 숲속의 왕자같군요. 만약 할 수만 있다면 당신을 방에 가둬놓고 이 아름다운 모습을 나만 보고 싶어요.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모습 보여줬을 거 생각하니 질투나서 미칠 것 같아.

 

친애하는 나의 쇼팽. 그저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그저 이대로 영원히 당신의 손을 잡고 파리의 낭만을 체험할 수 있다면, 전 제 목숨이라도 기쁘게 바치렵니다.

 

쇼팽: 당신은 그러고 보니 꼭 제 친구를 닮았어요! 충동적이고 매일 불타는 성격의 남자. 제 친구중에 엑토르 베를리오즈라고 하는 녀석이 있는데요, 피아노는 전혀 못 치면서 맨날 골목 구석에서 밥도 제대로 안 먹고 밤낮없이 기타줄만 퉁겨대죠. 가끔 다혈질이고 이상한 생각만 하는 도라이긴 한데 그래도 유머러스하고 좋은 친구입니다. 그가 해주는 이야기가 제 마음을 안정시키기도 하죠. 왠지 당신하고 잘 맞을 거 같은데 언젠가는 소개시켜줄게요! 

 

리스트: 지금은 장미 한 송이 밖에 줄 수 없지만 제 진심을 받아줄래요? 당신은 붉은 장미보다는 하얀 메꽃이 더 어울릴 것 같기는 하지만. 언젠가 돈을 많이 벌면 더 좋은 선물을 사 드릴께요!

 

쇼팽: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아요! 이 상쾌한 공기, 따뜻한 햇살.

 

 

리스트: 벌써부터요? 만약 당신이 저를 방으로 초대해주는 걸 허락한다면, 하늘을 나는 것 그 이상의 기쁨을 체험하게 해 줄수 있습니다. 오늘밤 당신의 밤을 허락해 주실 수 있나요?

쇼팽: 저 파리에 오길 잘한 것 같아요. 고향에만 머물렀다면 아마 당신같은 제 운명의 반쪽을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요. 

 

 

리스트: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을 합쳐도 당신만큼 저를 설레게 하는 신선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분수대 앞 소란스러운 아이들의 웃음, 장사꾼들의 간식 판매 소리, 요란한 자전거 소리가 뒤섞인 파리의 광장에서 연인들은 평화롭게 진심을 표현한다. 

쇼팽: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초대할게요. 오늘 밤 당신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요. 저를 더 알고 싶다면, 따라오세요!

 

 

둘은 서로 알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그저 좋은 친구로서 여기서 헤어질 수 있었지만 둘 다 여기서 헤어질 마음은 없었으며 서로를 더 알고 싶어한다는 것을. 오늘밤 보여줄래요? 당신의 진심을.

 

아름다운 조각상 같군요 나의 프리드. 그 어느 누구에게도. 설령 신이 당신을 원한다고 해도 절대로 양보하고 싶지 않은 아름다움이에요!

 

쇼팽: 최대한 안 아프게 해 주실래요? 옆집에 화가 들라크루아씨가 살고 있어요. 화가답게 관찰력이 매우 좋죠. 그가 만약 이 장면을 본다면 아마 미쳐서 자기 눈을 파내버릴지도 몰라요! 그리고 나는 쪽팔려서 발코니로 뛰어내렸겠죠. 여기 2층이라 죽지는 않겠지만.

 

쇼팽: 재밌는 이야기 해 줄까요? 제가 고향을 떠나던 날, 여동생은 장난으로 저에게 말했죠. 오빠는 외모가 남자치고는 여성보다 예쁘니 파리에 가면 날파리들이 달라붙을거라고! 누가 달콤한 말로 유혹해도 절대 남과 한 침대를 쓰지 말라고. 여동생이 알면 아마 뒷목잡고 기절했겠죠!

 

 

리스트: 저도 재밌는 이야기를 해 드리죠. 죽은 나의 아버지는 죽기 전 유언으로 저에게 말했죠. 여자 때문에 인생 망치다 늙어 죽을 놈! 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남자 때문에 인생을 쏟아 붓고 있는 외아들의 모습을 본다면 아마 저를 죽이려고 날뛰고 있겠죠?

 

옆집에서 조용히 하라며 벽을 맹렬히 치는 들라크루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 프리드, 도대체 무슨 곡을 연주하길래 잠도 안 자고 시끄러운거야! 하지만 쿨하게 무시해주기로 한다. 내일 들라크루아가 추궁하면 아주 매력적인 벌레에게 물려서 소리를 지른거라고 적당히 둘러대야지.

 

하라는 피아노는 안 하고! 하나뿐인 아들 곱게 키워서 돈 들여 프랑스로 유학보냈더니 배워온 기술이 피아노가 아니라 동성이랑 연애질이냐! 

 

 

어딘지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움찔합니다. 오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하지만 이 남자는 너무 매력적인걸요?

 

세상 편하게 코를 골며 자고있는 금발머리를 관찰해 보았다. 조각같은 외모의 금발 미남. 그는 아무런 고민도 없어 보였으며 좋은 꿈을 꾸는 지 간간히 키득대며 웃기 시작한다. 책임져! 내 하룻밤을 가져갔으니.... 왠지 진 것 같아 분하고 눈물이 난다. 하지만 좋기도 해서 더 슬퍼....

 

다음날, 자고 일어났더니 옆자리는 비어있습니다. 그가 입고 있던 옷가지도 사라져 있었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것마냥. 혹시 날 버리고 간 건가? 왠지 억울하고 눈물이 납니다. 만약 날 버리고 간거면 끝까지 행방을 추적해서 주먹으로 실컷 두들겨 패 줘야지!

 

리스트: 일어났어요? 너무 깊게 자길래 깨우지는 못했네요. 커피라도 한 잔 드실래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커피를 타 건네주는 그가 미우면서도 싫지는 않은 쇼팽입니다. 

 

무슨 말을 해야하지....어 좋았냐고? 아니야 그건 너무 변태같아. 한참 머리를 굴리며 말없이 샌드위치를 먹고 커피를 마시던 두 남자. 이윽고 결심한 듯 동시에 소리칩니다. 밥 먹고 같이 목욕할래요?

 

비누가 자꾸 눈에 들어가잖아요! 좀 살살 감겨주세요!

 

 

투덜거리면서도 눈을 꼭 감는 쇼팽이 귀여워 웃음이 난다. 당신의 머리카락은 매우 부드럽군요! 

 

밥을 먹고 가볍게 산책을 나섰다. 광장을 돌아다니던 쇼팽은 구석에서 누가 두고 간 기타를 주웠다. 이윽고 기타를 집어 든 그는 웃으며 코드를 잡고 연주하기 시작한다. 피아노 말고는 제대로 연주해 본 악기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제법 쓸만하죠? 사람들은 몰라도 새들은 그의 연주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의 주변을 떠돌며 짹짹거리기 시작한다. 

 

프레데리크. 당신은 무언가를 많이 먹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오늘 당신을 위해 고기를 구워줄께요.

 

리스트: 당신은 피부가 너무 하얀편이라 얼굴이 빨개지면 티가 확 나는 모습이 귀여워요! 제가 그렇게 좋나요?

 

 

쇼팽: 아니요, 그저 고기가 뜨거워서 그런 것 뿐이에요!

리스트: 프레데리크, 저기 좀 볼래요? 저기 저 사람 당신이랑 똑같이 생긴 것 같은데! 

 

쇼팽: 어라 어디요?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요!

 

 

이때다! 장난기가 발동한 리스트는 비장의 손기술로 잽싸게 체스말을 바꿔칩니다. 피아니스트의 손기술은 이럴 때 쓰라고도 있는 법!

 

뭔가 이상한데.... 하지만 눈치가 약간 부족한 쇼팽은 그냥 넘어가기로 합니다. 내가 졌네....

 

쇼팽: 제가 병을 앓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죠. 전 당신보다 오래 살기 힘들거라는 건 알고 있어요. 만약 제가 죽고 당신이 다른 새 인연을 만나도 저를 추억으로나마 기억해 줄 수 있나요? 음악 한 마디라도, 저의 몸이라도 좋아요. 그저 기억만 해 주면 그걸로 족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신과 함께 노인이 될 때까지 살고싶었는데.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고통스럽다는 듯 기침을 하고 가슴을 부여잡기 시작한다. 내가 해 줄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그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말없이 어깨를 기대게 돕는것. 어깨를 기대자 그는 행복하다는 듯 웃었다. 나는 그가 잠이 들자 나지막히 손을 잡고 신께 기도를 올린다.

 

 

리스트: 신이시여, 만약 다음생이 허락된다면 그때는 그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노인이 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 모습 그대로 음악을 같이 만들고 같이 늙어 죽을 수 있기를.

 

우리 꼭 언젠가는 유명한 피아니스타가 되어요! 사람들이 우리를 후대에도 기억하고 우리의 곡을 연주해 줄 정도로. 그리고 다음생이 있다면 그때도 다시 만나 연주할래요? 당신을 사랑해요!

 

 

서로에 대한 약속을 다짐한 채 조용히 입을 맞춘다.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듯 낭만적으로 쏟아지는 분수의 물줄기. 저 아저씨들 뽀뽀한다! 라며 소리치고 놀리는 꼬맹이들을 혼내줄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파리에서 또 다른 낭만이 싹트기 시작한다.

 

리스트: 프레데리크, 자네 기억나나? 우리가 무명이었던 시절. 난 자네와 유명한 피아니스타가 되겠다고 약속을 했지. 나에게는 수 많은 연주회와 작곡 의뢰가 쏟아진다네. 화려한 옷과 장신구를 가졌고,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으면서 자유롭게 지낸다네. 나를 사랑해주는 수많은 제자가 있고 딸도 있다네. 하지만 자네와 함께 누릴 수 없으니 매우 허전하고 괴롭다네. 딸과 제자들, 그리고 늙은 노인에게 사랑 고백 편지를 보내는 정신나간 아가씨들에게서는 매일 수십통씩 화려한 문장으로 꾸며진 편지가 도착한다네. 하지만 나는 자네가 가끔 보내던 단순한 문구의 편지가 지독하게 그리워. 아마 단순함 속에 진심이 담겨서 그렇겠지? 나는 종종 꿈을 꾼다네. 자네가 노인이 된 모습으로 웃는 걸 말일세. 노인이 된 자네는 귀여웠다네!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사이좋게 늙어갈 수 있기를. 사랑하는 나의 쇼팽! 내가 갈 때까지 천국에서 편히 있어주게.   

 

https://youtu.be/kQltDseT7jI- 스토리 참고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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