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심즈4]노인이 된 자들의 삶과 전생의 만남

작성자신경외과|작성시간22.06.11|조회수82 목록 댓글 0

생일을 축하합니다 선배. 하지만 좋은 선물을 드릴 수 없어서 미안해요. 벌써 수십년째군요. 매년 당신의 생일 때마다 뭘 줘야 할지 고민하다가 변변찮은 선물하나 해드리지 못한것이, 전 참 바보같죠? 절 바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향한 제 마음만큼은 거짓이 아닌 진실입니다. 비록 이 진실을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이 장미꽃이나마 받아 주시겠어요?

 

 

매년 슈베르트는 내 생일때마다 항상 소소한 선물들을 주었다. 정성스레 만든 집밥, 따뜻한 커피, 직접 만든 악보까지. 팬들이 주는 비싼 명품 장신구나 옷도 좋긴 했지만 그래도 난 그가 주는 소소한 선물들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그는 매번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수줍게 선물을 건넨다. 난 그런 그가 매우 바보 같아서 짜증이 나지만 한편으로는 귀여웠다. 난 너가 주는 선물이 제일 좋다고! 왜 그걸 모르는 거지? 넌 역시 바보가 맞아. 물론 그런 바보를 수십년째 사랑한 나도 바보가 맞긴 하지만. 

 

저녁 노을이 하늘을 수놓고 각자의 일터에서 퇴근을 하고 돌아온 두 심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수십년째 변하지 않는 인사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배토벤: "오늘도 수고했어, 슈베르트. 오늘 저녁은 무었을 먹을까?

 

 

슈베르트: 오늘 저녁은 파마산 치즈 마카로니 어때요? 제가 직접 만들어 드릴께요. 선배는 그 음식 제일 좋아하잖아요! 오늘 팬으로부터 고급 포도주도 받았어요. 저녁 같이 먹고 제 방에서 밤새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사진사가 카메라를 들고 말한다. 두 분 매우 행복해 보이시는 군요! 커플 사진이니까 최대한 애정어린 포즈를 취해주세요! 그나저나 정말 부럽습니다. 수십년째 마음이 변하지 않고 사는 연인들은 흔하지 않은데....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공주님 안기를 선택했다. 그 옛날 결혼식을 올리던 날 신혼 침대 앞에서 기념으로 찍었던 포즈. 이제는 허리도 아프고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그를 들어올리자 오렌지 색 하늘이 잘 보인다며 해맑게 웃는 슈베르트를 보니 베토벤은 미소를 지었다. 너가 행복하다면 내 허리 하나쯤이야! 

 

어느 풍요로운 가을날. 수확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렸다. 생기넘치는 남녀노소 연인들이 화려한 옷과 장신구롤 몸을 치장하고 나와 춤을 추고 끌어안은 채 키스를 퍼붓는다. 음악이 울리고 베토벤은 조심스레 옆에서 웃는 슈베르트의 손을 잡고 그가 낀 장갑에 입을 맞추며 속삭인다.

 

 

베토벤: 오랜만에 나와 춤 춰 줄수 있나? 내 사교춤 실력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영 아니지만. 그래도 상대의 발을 밟지 않을 만큼은 연습했어. 

 

 

슈베르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서로의 허리와 손을 붙잡고 눈을 감는다. 왈츠가 울리고 그들 주변으로는 수 많은 사람들이 환호와 즐거움에 취해 그들에게 곡식 낱알과 꽃가루, 리본등을 뿌렸다. 풍요와 따뜻함이 넘치는 수확제의 하루였다. 

 

그 녀석이 웃고 있다. 자신이 한 실없는 소리에도 그 녀석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마냥 좋아해준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서 젊었을 때 그가 보여준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가 겹쳐보여 나 역시 웃음을 터뜨린다. 노인의 모습이 저렇게 순수하고 맑을 수 있는걸까 아니면 그 녀석 한정인걸까. 수십년째  보고 있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안경 너머로 비치는 그의 갈색 눈동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매우 빛나고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너의 모습을 영원히 내 머리속에 새겨둘거야. 사랑스러운 갈색 눈동자, 풍성하고 귀여운 곱슬머리, 귀엽고 붉은 입술, 웃는 모습, 주름 하나까지 모두. 그러니 너도 날 기억해 줄래? 날 괴짜, 주정뱅이라고 기억해도 좋다. 그저 너에게만 기억될 수 있다면 난 미련따위 없으니까.

 

어느 비 오는 날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매우 친했는데.... 나도 언젠가는 다시 차가운 땅속에 묻히겠지. 죽음이라는 것은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적 있어도 막상 노인이 되서 다시 겪을 생각을 하니 두렵다. 온갖 상념에 빠져 멍하니 비 오는 풍경을 보는데 그 녀석이 다가와 내 마음을 안다는 듯 살짝 뺨에 키스를 해 주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왠지 그 녀석이 떠나버릴 것 같은 불길함이 들어서였을까. 이상하게 오늘따라 몸이 졸리다는 그 녀석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잘 가라. 이번 삶도 수고 많았어. 적어도 이번 생은 내가 먼저 떠나서 너를 비참한 모습으로 울게 하지는 않았구나. 너가 간 곳이 어디든 오래 기다리지 않게하마. 나도 곧 갈테니.

 

의자에 앉아 책을 읽던 그 녀석이 눈을 뜨지 않았다. 몸은 차갑게 굳은 채 평온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맥박도 호흡도 없었다. 그가 죽었구나. 하지만 이상하게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시신을 눕히고 편하게 곁에 있어주는 것. 조심스레 그의 곁에 누워 살짝 입을 맞추자 그제서야 눈물이 쏟아진다. 그리고 난 조심스레 주머니 속 독약을 삼켰다. 어딘지 우습고 눈물이 났지만 곧 시야가 흐려졌다. 만약 다시 만난다면 넌 그때도 날 향해 웃고 있을까?  

 

같이 가 프레데릭! 빵집의 빵은 분명 안 팔리고 많이 남았을거야!

 

 

쇼팽: 정신없이 그의 손을 잡고 뛰었다. 문뜩 뒤를 돌아보자 해맑게 웃는 미소가 근사한 노인이 초록빛 눈동자를 빛내며 생기넘치게 웃었다. 왜 동네 아이들이 그를 보고 태양 신부님이라고 부르는 지 매우 잘 알 것 같았다.

 

 라디오에서 프레데릭이 만든 왈츠를 들려주고 있었다. 오랜만에 같이 춤추지 않겠나? 조심스레 손을 잡자, 내 눈앞에서는 보라빛 눈동자가 귀여운 노인이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웃고 있었다. 자네는 역시 귀여워! 참 자네는 그거 아나? 동네 아이들이 자네를 보고 강아지 할아버지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어쩜 이렇게 딱 맞는 별명을 지어준거지?

 

저 시절 사진이 아직 남아있었다니! 프레데릭, 자네 그거 기억나? 저날 공원에서 우리 도시락 사 먹었잖아. 그 도시락이 상해서 단체로 화장실로 달려갔었지. 그래도 즐거웠어. 참 그거 아나? 사실 그날 도시락보다 맛있었던건 립글로스를 바른 자네 입술이었다네. 우리 주말에 다시 그 공원에 가보지 않겠나? 빵이랑 커피를 들고 자네와 다시 한번 나눠 먹고 저녁노을을 보고 싶다네.

 

왜 말을 해 주지 않은거야? 같이 공원에 가서 놀기로 했잖아.... 이제 그 약속은 못 지키는거겠지? 아니다. 만약 자네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다면, 나를 위해 커피를 끓여줄 수 있겠나?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그가 차갑게 식어있었다. 도착한 의사는 그가 오랜기간 병에 걸려 있었으며 진통제 없이는 통증을 견디지 못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아무런 내색한번 없던 그는 그렇게 웃는 모습으로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떠났다. 그가 미리 말해주었더라면, 나는 그에게 무엇을 해 줄수 있었을까? 며칠 뒤 신고를 받은 장의사가 부패한 그의 시체를 강제로 끌고 갈 때까지 나는 울면서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잘가. 편히 쉬고 있게나.

 

 

1827년의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제가 그토록 존경해 마지않던 선생님이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저를 한참동안 웃으면서 바라보았습니다. 말도 안돼! 선생님은 분명 죽었고, 직접 관을 들고 묻어주었는데.... 선생님이 웃으며 말을 건넵니다. "잘 지냈느냐 프란츠? 몸은 어때? 더는 아프지 않을거다."

 

이게 꿈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 돌아온 적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자신을 끌어안고 눈가에 가벼운 키스를 해 주는 선생님을 보며 이게 꿈이라면 영원히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도망치지 말고 필담으로나마 얘기나 오래 나눠볼걸. 문뜩 자신이 도망치던 날 어딘지 슬퍼보이며 눈물을 흘리는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선생님이 살아있었을 때 이야기 한번 제대로 못 한게 후회되었지만, 선생님은 아무런 원망의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웃으며 자신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도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해 줄 수 있겠느냐? 너가 원하는 만큼. 후회하지 않도록, 너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너의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다오.

 

 

나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일어나 건반을 눌렀습니다. 현실에서는 몸이 아파 결코 할 수 없었지만 꿈이라 그런지 체력은 넘쳐나고 그를 위한 무한한 악상이 떠올라 무엇을 먼저 연주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내가 피아노를 연주하자 선생님은 제 바이올린을 집어서 연주를 합니다. 매우 형편없기로 유명했던 선생님의 바이올린 실력. 유령이 되어서도 실력은 결코 늘지 않은 것 같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한음을 짚어가려 노력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그저 보기 좋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선생님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하며 말합니다. 너도 알고 있었을게다....너가 막 죽었다는 사실을. 너를 데리러 왔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매우 많으니 다음 세상으로 가는 동안 못다한 자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나? 다음 세상에서는. 자네와 원하는 만큼 같이 연주를 할 수 있겠지.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 몸은 저절로 움직입니다. 가족도, 추억도 모두 더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그 사람과 함께라면 다음 세상이 뭐든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동생 프란츠. 너무 일찍 가버렸구나! 소중한 꿈도 희망도 모두 묻혀버렸구나. 형으로서 너의 마지막 소원이나마 들어줄께. 베토벤 선생님 곁에 묻어달라는 소원. 훗날 사람들이 너의 존재와 음악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너가 그를 존경했다는 사실만큼은 기억할 수 있게!

 

 

쇼팽: 사랑하는 나의 리스트. 74번째의 생일을 축하해! 30년넘께 유령 상태로 자네를 지켜보는 건 매우 재밌다네! 잘 지냈나요, 바람둥이 사제님?

 

1년에 한 번 내 생일날. 그는 나를 잊지 않고 매번 찾아온다. 내 어리석은 선택으로 관계가 망가졌고, 자신이 죽던 날 사과 한번 없이 찾아오지 않은 내 자신을 원망한다는 기색도 없이 그저 행복한 39살의 모습으로 나에게 찾아와 웃음과 인사를 건넬뿐이다. 

 

쇼팽: 그나저나 너는 30년전이나 지금이나 매우 잘생겼구나? 머리만 하얗고 주름은 살짝? 거의 변한게 없네. 그러니 정신 나간 여자들이 지금도 매번 자네에게 고백 편지를 보내는 거 아니겠어? 어디 얼굴 한번 만져볼까....1년에 한 번 뿐인 기회니까 실컷 만져볼래! 

 

쇼팽: 나도 자네랑 같이 늙어갈 수 있다면 좋았을텐데.... 자네는 옛날에 내가 늙어서도 귀엽고 우아한 강아지 같을거라고 놀렸잖아. 

 

장난삼아 농담을 건네고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는 유령의 손은 소름돋게 차가웠지만 이상하게 따뜻한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그냥 이대로 자네를 안고 싶어. 내가 신께 벌을 받아도 좋아. 그저 자네와 계속 함께하고 싶을 뿐이야. 그리고 내 진심을 담은 참회를 받아주겠나?

 

지독하게 그리웠어. 너의 보라빛 라일락 향이.... 유령에게서 풍겨오는 보라빛의 향이 산 사람의 코를 간질입니다. 산 사람을 기쁘게 해 주었던 부드럽고 따뜻한 향. 유령은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웃고 농담을 건넵니다. 계속 맡고 싶다면 내 무덤 도굴해서 뼈에다가 향수라도 뿌려줄래? 뭐 그런짓을 한다면야 사람들이 너를 정신병원에 집어넣겠지만! 

 

그나저나 자네 사제로서 읽으라는 성경은 안 읽고 수녀들 뒤꽁무늬나 쫒아다니진 않겠지? 키스 실력이....

 

 

리스트: 사제가 유령이랑 키스 이상의 것을 탐내면 지옥행이려나??

 

 

쇼팽: 자네가 지옥불에 던져진 모습을 왠지 보고 싶기는 하지만.... 난 자네를 지독하게 사랑한다네. 

 

쇼팽: 저길 봐. 벌써 해가 뜰 시간이야! 난 이제 돌아갈게. 연인이 잿더미로 소멸하는 모습을 너도 보고 싶진 않잖아? 아....곧 너를 데리러 올지도 몰라.

 

 

잘 있어 내 사랑. 내 몫까지 건강하게 오래 살아줘! 보라빛의 연인은 사제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고 바람처럼 사라졌습니다. 

 

꿈같은 보라빛의 라일락 향기만이 공기 중 남은 채 아무도 없는 텅 빈 방안. 사제는 사람들이 보내 준 생일 축하 선물 더미안에서 그저 울고 또 울기만 합니다. 언젠가는 너의 생일 선물을 진짜로 다시 받을 수 있을까?

 

피아노에서 손을 뗀지 오래. 간만에 아픈 몸을 움직여 피아노 앞에 앉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는데 문뜩 유령이었던 그의 노랫소리가 잠시 들려온다. 나를 위해 연주해 줄 수 있나?

 

사제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미친듯이 손을 움직여 피아노 건반을 누릅니다. 사제는 이 음악을 결코 악보로 남길 생각도 없고 출판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날까지 자신과 유령이 된 그만의 영원한 비밀로 남겨둘 생각입니다. 듣고 있나? 오로지 그 누구도 아닌 자네만을 위한 곡일세. 만약 다음에 다시 온다면 그때는 직접 자네에게 곡을 들려주겠네!

 

쇼팽: 75년동안 삶을 살아오느라 수고 많았어. 이제 내가 너를 편히 인도할게. 다음 세상에서는 서로가 오해와 불신으로 상처받는 일도 없을거고 그저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게 될거야. 아, 다음 세상에서는 절대 바람 못 피고 딴 여자들이 너를 못 채가게 꽉 붙들고 있을 생각이니 각오하도록!

 

사랑하지 않는 나의 아버지. 전 위대한 음악가인 당신의 딸로 태어났지만 결코 당신을 눈곱만큼도 존중한 적은 없습니다. 어차피 당신도 저에게 별 관심이 없었잖아요. 당신이 진짜 관심을 갖고 사랑한 사람은 따로 있지 않았나요? 맨날 술에 취하면 제 앞에서 그분의 이름만 불러대고 데려오라며 난리를 쳐댔죠. 이제는 당신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행복하신가요? 당신의 명복을 빌어주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분을 만났다면 부디 그분이 당신을 용서하고 모든 걸 잊은 채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부디 안녕히 가시길.

 

늘 같은 하루였다. 가끔 딸이 방문해 안부인사를 건네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하인들이 식사와 이상하게 먹으면 꼭 잠이 드는 정체불명의 약을 건네주면 그걸 먹고 악몽같은 꿈에 빠져든다. 하지만 오늘의 꿈은 무언가 특별했다. "잘 지냈나요 마에스트로? 너무 보고 싶었어요." 오랜만에 왔는데 저를 안아 주실 수 있나요?

 

40여년만에 그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늘 그랬듯 자주 즐겨입던 붉은빛의 코트와 풍성하고 긴 금발머리, 빛나는 푸른 눈동자. 그는 변함없이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주었고 내가 그를 껴안자 눈을 감고 내 목에 가벼운 키스를 해주었다. 

 

모차르트: 즉어서도 당신이 늘 그리웠어요. 제가 있는 주님의 성은 늘 찬란하고 황금빛으로 빛나며 근심과 걱정, 질병은 더 이상 저를 괴롭히지 못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정작 당신이 거기 없는데.

 

머리카락 만져봐도 됩니까? 말은 못했지만 한번 만져보고 싶었습니다.

 

늘 회색빛 가발에 꼭꼭 감춰져 있던 그의 찬란하고 눈부신 금발의 머리. 가끔 그가 지휘를 하여 등을 돌릴 때마다 보였던 검은 리본을 풀어보고 그의 금발머리를 손수 땋아서 묶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지 오래. 그 충동을 실현하자 그는 좋아죽겠다는 듯 눈웃음을 짓고 붉어진 얼굴을 한 채 자신을 쳐다본다. 당신은 여전히 사랑스럽군요. 전 결코 당신의 능력을 질투는 하겠지만 당신을 미워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은 악마의 마음도 매료시키는 힘을 갖고 있으니까요.

 

사랑하는 마에스트로. 당신을 위해 바이올린을 준비했어요! 혹시 제가 이걸 연주하는 동안 저를 위해 피아노를 쳐 줄수 있나요? 당신의 작은별 변주곡이 듣고 싶어요. 제가 죽기 전 당신에게 장례식에서 피아노를 연주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당신은 들어주지 않았죠. 오늘 그 소원을 꼭 받아갈 거에요.

 

그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평화로운 별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그는 화음에 맞추듯 말없이 바이올린의 활을 움직입니다.

 

모차르트: 그런데 마에스트로, 무언가 이상하지 않았나요? 제가 왜 40년만에 나타났는지. 그리고 당신이 왜 저를 끌어안을 수 있었는지 말이에요.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진실을 깨달았다. 나는 죽었구나. 이윽고 씁쓸하게 웃던 금발머리의 남자는 손을 내밀고 말한다. 사실 당신을 보려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어요. 저는 신의 사자로서 더 이상 그분 곁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 몰라요. 하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 지 늘 함께 할 수 있을것 같아요. 저랑 같이 다른 세상으로 가실래요?

 

 

거절할 수 있을리가. 그의 손을 잡자 하얀 빛이 나를 감쌋고 나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하인1: 결국 그분 곁으로 가셨나.... 참 안됐어. 그 모차르트란 분 40년전에 돌아가셨잖아? 매일 밤 그분 이름만 소리지르다 잠드셨지. 궁정악장으로서 명성과 부를 얻었던 분이 말년에 치매에 걸려 저꼴이 되다니....그나저나 소문이 사실일까? 선생님이 모차르트를 죽였다는 소문 말이야!

 

 

하인2: 쉿, 그런 말 하지말게. 그래도 가시는 길이라도 편하게 보내드려야지 않겠어? 그분 무덤이 어딨는지만 안다면 그분 곁에라도 묻어줬을텐데. 아마 지금쯤 두 분이 만나셨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실까?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