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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즈4]나 홀로 위스키 한 잔-(pose player)

작성자신경외과|작성시간23.01.31|조회수77 목록 댓글 0

오늘은 술집에서 자선 피아노 연주회를 갖기로 한 날. 규모가 크지 않은 연주회였지만, 그래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올 것을 기대하며 연주를 이어갔다. 그리고 오늘은 선배가 꼭 와주기로 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안 오지....??

 

 

날씨가 지극히 화창한 토요일 오후의 술집은 놀랍도록 고요하기 그지 없었다. 쥐 죽은 것 마냥 조용한 카운터에서 술집 주인은 한숨을 쉬며 안됐다는 듯 물었다. 위스키 서비스로 줄까요??

 

 

빌어먹을 어째서!! 왜 하필 리스트씨의 팬 사인회랑 일정이 겹친거야? 팬들도 결국은 잘생기면 다 되는 거였어? 그리고 선배는 왜 도대체 안 온거야?? 짜증나!!!

 

 

씨....바닥 겁나게 미끄럽네. 왜 아무도 안 오는 휴게실에 쓸데없이 카펫을 깐거냐....

 

 

투명한 글라스 속 얼음에 기분 좋은 색깔의 액체가 부어졌다. 포도주 말고도 이렇게 맛있는 술이 있었다니! 씁쓸한 장작 냄새와 더불어 과일의 달콤한 향이 내 목을 통과한 순간, 얼굴은 붉어졌고 마음 속 제어장치가 풀린 듯 미친 웃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왠지 지나가는 심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녀: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저씨도 혹시 애인이랑 데이트 약속 깨졌어요? 아니면 아저씨도 집에 들어가기 싫었나? 청승맞게 혼자 그러지 말고 나랑 좀 마시다가 아래층 무대에서 같이 춤 춰주지 않을래요?

 

 

슈베르트: 아가씨.... 위스키 한 잔 줄까요? 이름이 뭐에요?

 

 

소녀: 제 이름은 비역센, 이름 특이하죠? 아 위스키는 됐어요. 한 번 마셨다가 내 방 침대에 토한 추억을 다시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나저나 왜 혼자서 울고 있어요?

 

 

슈베르트: 훌쩍. 으아아아앙!!! 아가씨 혹시 내 얼굴이 심각하게 못 생겼나요? 왜 사람들은 잘 생긴 심이 나타나면 무작정 좋아해주는거죠? 아무리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사람들은 내 외모만 보고 그저 그런 무명 음악가라고 무시하는 것 같아!! 내 선배는.... 내 얼굴이 햄스터같이 통통해서 귀엽다고 하는데!

 

 

 

소녀: 외모? 글쎄요. 아저씨는 나보다 키는 훨씬 작고 팔다리도 짧고 통통하고 몸도 새끼 돼지처럼 통통하지만, 그거 빼면 귀여운 편 아닌가요? 걍 신이란 재수없는 존재가 아저씨 빚을 때 진흙이 모자라서 작게 빚었다고 생각하세요! 미안하니까 귀여움이라도 추가해주고.

 

 

헤헤 위스키 맛있다.... 다음에 또 사 마셔야지!

 

 

소녀와 남자는 오늘 좋은 친구가 되었다. 우리 누가 빨리 마시나 내기라도 할래요? 진 사람이 크래커랑 햄 안주 쏘기!

 

 

어.... 위스키 떨어졌다. 이거 비싼거라고 주인이 그랬는데! 귀한 술을 버릴 수는 없어!!

 

 

 

어.... 어라?? 몸이 왜 이러지, 공중에 뜨네. 내 술병 안돼!!!

 

 

 

아야! 작은 프란츠, 바닥에 쿵 했어.

 

 

헤헤 그래도 술은 아직 반이나 남았어! 아꼈다가 또 마셔야지.

 

아 차가운 바닥에 누우니 천장의 작은 유리돔 너머로 초승달과 반짝거리는 별들이 보였다. 고개를 돌리니 소녀가 나를 향해 깔깔대며 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른다. 나는 웃으며 중얼거렸다.

 

 

슈베르트: 아가씨, 그거 알아? 끅.... 나 전생에는 무명 음악가였어. 돈도 못 벌고 얼굴도 못생겨서 여자에게 조롱이나 당하다가, 젊은 나이에 유명해지지도 못한 채 병들어 죽어버렸지. 근데 우습지 않아? 내가 죽어버리니까 사람들이 그제서야 내 음악을 인정해주더군. 아마 지금도 인간 세상에서는 나를 위해 추모랍시고 꽃을 주고 있겠지. 난 이번 생은 반드시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살아있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분하고 속상해!! 

 

 

아 왜 이렇게 졸리지.... 엄마, 형, 테레제, 선배....

 

 

이봐 아저씨 정신차려! 눈 풀리네. 여기서 잠들면 난 어쩌라고? 걍 과제하기 싫어서 잠시 일탈 온 건데 그게 그렇게 큰 죄라고 난 송장을 치워야 하는거야? 정신차려!!!

 

 

멀어져가는 의식을 부여잡으니 눈 앞에서는 비역센이 내 뺨을 때려대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져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때마침 흘러나오는 왈츠에 몸을 맡겼다. 아가씨, 춤 한곡 춰 주기로 한 약속 지켰다!

 

 

베토벤: 그만, 거기까지. 당장 그 손 떼지 못해!!!

 

 

소녀: 오 아저씨 애인이야? 회색 머리 아저씨. 부디 저 갈색 머리 남자를 진심을 다해 위로해 주세요! 상처받은 마음은 진정한 사랑으로 치료할 수 잇잖아요?

 

 

 

슈베르트, 정신 차려라! 나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그만.... 너의 핸드폰도 꺼져 있더구나. 

 

 

도대체 얼마나 마신거냐.... 프란츠, 제발 그거 내려놔. 그만 마시자! 내가 잘못했어 응? 난 너가 아픈 거 싫단 말이다!

 

 

슈베르트: 어 아저씨, 어서와요! 아저씨도 이거 한 잔 할래요? 진짜 맛있어요! 그나저나 아저씨. 프란츠가 귀엽나요? 나 안 못생겼죠, 그죠?

 

 

완전히 맛이갔군.... 베토벤은 일단 진정시키고 연인의 말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베토벤: 그래, 내가 연주회에 안 온게 그렇게 속상한건가? 아니면, 사람들이 너를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슬픈거냐?

 

 

슈베르트: 사람들은 제가 못 생겨서 싫은가봐요. 난 나름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위한 음악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내 공연에 안 왔어.... 게다가 꼭 와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결국 안 왔어! 씨....

 

 

베토벤: 이런 말 하긴 부끄럽지만, 너는 그저 귀엽다. 갈색의 곱슬머리, 커다란 갈색 눈, 작고 통통한 모습이 마치 햄스터 같아서 사랑스럽고 웃음이 난다. 그리고 너를 사랑하는 수 많은 친구와 팬들은 다 잊어버린게냐? 매번 너 생일만 되면 진심으로 축하 이벤트를 해 주었고 너의 사인이 새겨진 사진을 들고 해맑게 웃으며 뛰어갔던 레스토랑의 아이는 정녕 기억나지 않는거냐? 

 

 

피아노를 치면서 키워왔던 피아니스트의 팔 힘을 이런 쓸데없는 데 쓰다니. 다른 녀석이 내 앞에서 술주정을 했다면, 난 그 녀석 옥수수를 털고 진작에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지. 젠장, 사랑의 힘이란게 이런 거였나?

 

 

슈베르트: 아 친절하신 아저씨. 나에게 자신감을 넣어 준 뮤즈! 술병 떨어졌어요! 아직 술 남았는데....

 

 

술병을 주워야 한다며 몸을 버둥거리는 연인은 쿨하게 무시한 채 베토벤은 제 갈길을 갑니다. 슈베르트, 다음에는 나랑 같이 침대에서 마시자, 그나저나 떨어지니까 좀 가만히 있어!!

 

 

아우 머리야.... 아저씨 근데 여기 어디에요? 답답하니까 제 재킷 좀 벗겨줄래요?

 

 

베토벤: 일단 여기서 좀 잔 뒤에 술 좀 깨고가자. 그 상태로 계속 걸으면 너나 나나 다음날이 되어서도 길을 해메고 있겠지. 아니면 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거나.

 

 

이상하게 졸려요.... 저 잠들때까지 옆에 있어줄래요? 아니면 아저씨 노래 불러주는 거 듣고 싶어. 

 

 

베토벤: 너가 원한다면 항상 옆에 있겠다. 아니 원하지 않아도 곁에 있겠다. 

 

 

졸린지 점점 눈이 풀려가는 귀여운 작은 버섯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술 때문인지, 새로 바른 립글로스의 영향인지, 입술이 마치 백설공주 마냥 피처럼 붉어 보입니다. 그를 무시한 사람들은 알까? 저 작고 붉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마치 세이렌 마냥 사람을 홀린다는 것을.

 

 

그가 잠드는 걸 보고 잠시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그가 내 크라바트를 붙잡고 품으로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그 속삭임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 기폭장치가 터진 느낌이었다. 

 

 

슈베르트: 당신, 테레제죠? 목소리가 정말 아름답군요! 저를 위해서 와 줘서 고마워요, 당신은 제 이상형이에요.... 혹시 다음 무대에서 저랑 같이 노래를 부르지 않을래요?

 

 

다시는 그의 입에서 그녀 이름이 언급되지 못하도록 만들어주겠다. 그녀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소멸시킬 때까지, 난 실컷 그녀석에게 벌을 주기로 다짐했다.

 

 

다음 공연은 꼭 늦잠 안 자고 참여하마. 참고로 말하자면, 전생에 내가 너에게 했던 말은 빈말이 아니었어. 물론 지금도! 난 언제나 너의 음악을 사랑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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