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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거룩한 식사

작성자봄나비|작성시간26.06.15|조회수16 목록 댓글 0

거룩한 식사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을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판을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뒷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 시집『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문학과지성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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