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떠나고, 나는
그리하여 너는 떠나고 나는 남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남고 너는 떠나게 되었다
바람이 어둠의 등을 떠밀어 電信柱들은
긴 그림자에 기대어 건들거리며 휘파람 불고
사람이 아쉬운 마을마다에
불빛들은 반딧불처럼 모여드는데
먼데서 가까운 데로 되돌아오기 위하여
너는 떠나게 되고
나는 남게 되는지
지레 겁을 먹은 나무는 분주히
가지를 접으며 주저앉고
머큐로크롬을 쏟아부은 듯한 노을이
저녁의 이마를 적시며 지나가는 시간
돌아선 네 뾰족구두의 뽀족한 그 끝이
뽀족한 기억으로 나를 찌른다, 아주 아프게
차라리 네 가는 곳
모래 언덕들 사슬처럼 맞물려 흐르고
전갈이 발목을 깨무는 사막이라면
선명한 바람의 무늬 따라 걷다가 길을 잃고
마침내 푸른 샘의 기억을 지닌
한 포기 선인장으로 네가 피어난다면, 그러나
그러한 네 풍문이 들려오기도 전에 나는
바다로 가야한다, 거기서 나는
미리 보아야 한다
갇힌 물들이 세월처럼 풀리는 것을
詩. 강윤후
[다시 쓸쓸한 날에] 1995 문학과지성사
그리하여 너는 떠나고 나는 남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남고 너는 떠나게 되었다
바람이 어둠의 등을 떠밀어 電信柱들은
긴 그림자에 기대어 건들거리며 휘파람 불고
사람이 아쉬운 마을마다에
불빛들은 반딧불처럼 모여드는데
먼데서 가까운 데로 되돌아오기 위하여
너는 떠나게 되고
나는 남게 되는지
지레 겁을 먹은 나무는 분주히
가지를 접으며 주저앉고
머큐로크롬을 쏟아부은 듯한 노을이
저녁의 이마를 적시며 지나가는 시간
돌아선 네 뾰족구두의 뽀족한 그 끝이
뽀족한 기억으로 나를 찌른다, 아주 아프게
차라리 네 가는 곳
모래 언덕들 사슬처럼 맞물려 흐르고
전갈이 발목을 깨무는 사막이라면
선명한 바람의 무늬 따라 걷다가 길을 잃고
마침내 푸른 샘의 기억을 지닌
한 포기 선인장으로 네가 피어난다면, 그러나
그러한 네 풍문이 들려오기도 전에 나는
바다로 가야한다, 거기서 나는
미리 보아야 한다
갇힌 물들이 세월처럼 풀리는 것을
詩. 강윤후
[다시 쓸쓸한 날에] 1995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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