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물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썪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은가
제 본래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이미 잃어버린 게 아니라면
하루라도 빨리 찾고 싶습니다.
원래 주인을 잃고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제 얼굴과 제 마음이 더이상 힘들지 않게 말입니다.
멀리 가는 물은 맑은 물이어야만 하는데...
저는 멀리 가고 싶은 욕심에
제가 맑은 물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보지 않았으니...
누군가 저를 정수기로 몇번 걸러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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