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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애송]당신은 누구십니까? - 도종환

작성자이병하|작성시간02.02.28|조회수413 목록 댓글 0
하루를 여는 시 한편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도 종 환-


강으로 오라 하셔서 강으로 나갔습니다
처음엔 수천개 햇살을 불러내어 찬란하게 하시더니
산그늘로 모조리 거두시고 바람이 가리키는
아무도 없는 강 끝으로 따라오라 하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숲으로 오라 하셔서 숲속으로 당신을 만나러 갔습니다
만나자 하시던 자리엔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를 대신 보내곤
몇날 몇밤을 붉은 나뭇잎과 함께 세우게 하시는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고개를 넘으라 하셔서 고개를 넘었습니다
고갯마루에 한 무리 기러기때를 먼저 보내시곤
그 중 한 마리 자꾸만 뒤돌아보게 하시며
하늘 저편으로 보내시는 뜻은 무엇입니까

저를 오솔길에서 세상 속으로 불러내시곤
세상의 거리 가득 물밀듯 밀려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났단 사라지고 떠오르다간 잠겨가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상처와 고통을 더 먼저 주셨습니다 당신은
상처를 씻을 한 접시의 소금과 빈 갯벌 앞에 놓고
당신은 어둠 속에서 이 세상에 의미없이 오는 고통은 없다고
그렇게 써놓고 말이 없으셨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지금 풀벌레 울음으로도 흔들리는 여린 촛불입니다
당신이 붙이신 불이라 온몸을 태우고 있으나
제 작은 영혼의 일만팔천 갑절 더 많은 어둠을 함께 보내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Cover Story Daily for you


어떤 한 사람을 알기 위해선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의 첫느낌과 분위기에 취해 한동안 좋아하다가도,
만나는 기간동안 그 사람의 보이지 않았던 모습들을 보게되고
그때 당황스러워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봅니다.

시 처럼 당신은 분명 나의 어두움과 힘겨움을 극복시켜줄 사랑을 주시지만,
실상 사랑하는 기간이 끝나 남남이 되었을 경우에는,
그러한 사랑에 대한 회고와 추억만 남아있게 됩니다.

또 다른 사랑을 만나게 되었을 때
그 사람도 역시 또 다른 "당신"이 됩니다.

어떤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그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는 과정을
늘 되풀이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사랑의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늘 사랑에는 실패를 했기에,
또 다른 사랑을, 또 다른 "당신"을 찾는 것이 그렇게 고달프고
두려운 것이지요.

오늘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하는 사랑이 아름답고, 추구해야할 것일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최선을 다하는 사랑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모습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당신이 원하는대로 나의 마음을 주고 행동하였지만,
당신이 원하는대로 그 이별들을 순순히 받아들였지만,
또 다른 당신을 만나기에는 아직 너무나 두려운....
그런 분들께 이 시를 소개해드립니다.
봄은 바로 그러한 분들을 위한 햇살이길 바랍니다....
 

● 이병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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