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사랑

Re:[정 숙] 유혹

작성자카라 |작성시간02.04.09|조회수55 목록 댓글 0

유혹




고요했다,진정 고요했다

꽃밭에는 청춘이 무르익어 가는 초여름의

맥박 소리만 쿵,쿵, 소리가 큰 만큼

시간이 새빠지게 스쳐가고 입김이 점점

뜨거워지는 오월 바람은 장미나무 아래서

꽃봉오리의 뽀얀 솜털에 입맞춤하려다

할퀸 자국 쓰다듬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장미는 아무 대책이 서지 않았다




까시만 더 날카롭게 키울 뿐

우짤 수 없이 꽃 입술 벌어지고 겉으론

바람이 너무 뜨겁다고 원망하면서도,장미는

지 몸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불덩이가

타고 있다는 거 생판 몰랐다.

청춘이란

뜨거운, 그리움 같은 게 지 뿌리에서 막

밀고 올라온다는 거 깨달았을 땐

눈돌칠 새에 벌써 멀리 떠나버린 뒤였다




-아람나토샤온 즈시 살 쯈다나져<모죽지랑가>


詩.정 숙

시집<위기의 꽃>.문학수첩.2002



*온 몸으로 밀어내는 것이 '꽃'이라
하지요^^










--------------------- [원본 메세지] ---------------------



관음증에 관한 풍경



이가을





옷을 벗는 꽃을 보았다

누군가 꽃이라고 불렀다

환한 백열등 아래 속살이 환한 꽃들

우르르 - 뛰어나갔다

저 꽃들 어디서 피어난 걸까

햇볕 기우는 서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겨드랑이가 하얀 알몸의 꽃

누군가 그 꽃을 능멸할 것만 같다

봄의 가장자리 기슭,

너무 농염한 그 꽃을 가리워야겠다

백설공주의 유리관에 가만히

숨겨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바람의 집 뒤꼍 풀숲 살짝 감춰

두는 건 어떨까 생각했지만

안 될 말이다

저 꽃의 겨드랑이 아래로

바람 보이지 않게 들락거리는

저걸.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