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여관
나는 떠날 때 부터 이 강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천천
히 마지막 단추를 꿰며 닥쳐올 산책과 해안도로 너머의 일몰을 예감하
듯 그 곳으로 떠나는 우리의 여행은 지나치게 즐거웠습니다 세상에는
오직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사라져 버리는 어느 생애와 눈을 떠도 감
아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또 다른 생애만 있을 뿐이었구요 나는 그곳의
달빛 속에 당신을 몰래 버리고 왔습니다
나는 이 강의 어느 먼 기슭쯤에 살며 오늘도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바닷물이 밀려오거나 혹은 밀려나갈 때처럼 무수히 나를 용서하세요
내가 천천히 흘러 강 하구에 이르더라도 다시 그 섬에 이르지는 못하더
라도 달빛에 떠도는 섬 하나는 되겠습니다 강화도 바닷가의 어느 바람
부는 여관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대를 생각하겠습니다 그곳에
는 세상의 모든 이별들이 다 모여든다지요 그곳의 달빛은 너무 밝아 슬
프다지요
심 재 휘;시와 반시 2002, 겨울호
나, 그 여관에 투숙한 적있어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어느 생애와
눈을 떠도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 또 다른 생애 사이
아주 잠간 들른적 있어
섬에 이르지 못해 떠도는 달빛과
섬이 되지 못해 흐르는 강물과
그렇게 만나 잠시 눈붙이는 선잠같은 여관
.............
지금쯤의 강화는 어떤 모습일까....
수난주간이 시작되기에 몸살을 무릅쓰고
오늘 이 글을 올립니다
기쁜 부활절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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