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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사랑, 그 봄 여름 가을 겨울 / 고 재종

작성자아네모네|작성시간03.08.26|조회수219 목록 댓글 0




1

바람에 굽이치는 보리밭의 등허리여
윤사월, 새벽 이슬에 돌아온 누님은
웬일로 골방문을 걸어 잠갔다
푸른 보리이삭이 묻은 삼단머리가
남폿불 그 소리 죽인 오열로 번들거렸다
우리는 어처구니로 보리밭 자식이었다


2

시방 앵두알이 발갛게 익어가는 데
시방 앵두나무집 과수댁이 먼 데 보는 때
쑥국샌
쑥국쑥국
오목가슴 쑤시는 때


3

나 수정빛 계곡물에 발 씻지 않았다
물밑에 잠긴 형형색색의 단풍잎 같은
널 향한 마음까지 죄 씻길까 두려워서


4

애인이 걷는 길에 연꽃송이를 그려놓고
발맘발맘, 내 애인이 걷는 발자국마다에
연꽃이 피어난다고 외친 왕이 있다
하지만 누이야,
네 딛는 발자국 소리에
저렇듯 동백꽃이 선홍선홍 벙근다 한들
네 눈 속 그 깊고 푸른 수만리라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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