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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오늘 하루 - 도종환

작성자워니임다|작성시간04.05.15|조회수423 목록 댓글 1


오늘 하루

詩 도종환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 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다.





시집 : 당신은 누구십니까







오늘 하루

詩 도종환



햇볕 한 줌 앞에서

물 한 방울 앞에서도

솔직하게 살자



꼭 한 번씩 찾아오는

어둠 속에서도 진흙 속에서도

제대로 살자



수 천 번 수 만 번 맹세 따위

다 버리고 단 한 발짝을

사는 것처럼 살자



창호지 흔드는 바람 앞에서도

은사시 때리는 눈보라 앞에서도

오늘 하루를 사무치게 살자



돌멩이 하나 앞에서도

모래 한 알 앞에서도





시집 : 사람의 마을에 꽃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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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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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언어를 부르는 가슴 | 작성시간 04.05.16 오늘 하루가 생의 마지막날 인 것처럼 살고자 노력했고 노력하고있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노력에 노력을 더하면서 살고싶습니다...이 결심이 또 그렇게 생의 마지막 맹세가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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