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詩 도종환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 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다.
시집 : 당신은 누구십니까
오늘 하루
詩 도종환
햇볕 한 줌 앞에서
물 한 방울 앞에서도
솔직하게 살자
꼭 한 번씩 찾아오는
어둠 속에서도 진흙 속에서도
제대로 살자
수 천 번 수 만 번 맹세 따위
다 버리고 단 한 발짝을
사는 것처럼 살자
창호지 흔드는 바람 앞에서도
은사시 때리는 눈보라 앞에서도
오늘 하루를 사무치게 살자
돌멩이 하나 앞에서도
모래 한 알 앞에서도
시집 : 사람의 마을에 꽃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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