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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가령과 설령 - 박제영

작성자워니임다|작성시간05.09.09|조회수169 목록 댓글 0



가령과 설령

박제영






가령

이것이 시다, 라고 쓴 대부분의 것은 시가 아니다



설령

이것이 시가 되지 않더라도, 라고 쓰여진 것은 대부분 시다



가령(佳嶺)은 도처에 있다. 가령 화사하고 화려한 것. 가령 사랑이란 단어. 가령 그리움이
란 단어. 봄날 꽃놀이 관광버스가 가 닿는 곳. 그곳이 가령이다.



설령(雪嶺)은 보이지 않는 자리에 스며 있다. 어둡고 춥고 배고픈, 눈과 귀와 혀의 뿌리. 설
령 어시장 좌판이라도. 설령 공중화장실이라도. 설령 무덤이라도. 설령 보이지 않더라도. 그
곳에 있다.



등반자여 혹은 동반자여

가령은 도처에 있고 설령은 도무지 없다

도대체 어디를 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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