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뚝엔 알 수 없는 문신
햇빛 속에서 보면 큰 파도 같기도 한
밤에 보면 도깨비 같기도 한
바랜 당초무늬, 수풀 어둠 같기도 한
세상엔 참을 수 없는 게 얼마나 많은지
당신, 사방연속무늬 그림을 그린다
습기처럼 번져나오는 무늬들
저녁이면 부스스 몸 일으켜
창문을 툭툭 친다, 어둡고 탁한 꼬리로
당신은 문밖을 두리번거리다
어둠을 꿀꺽 삼키고 막다른 골목을 달린다
지난밤 귀갓길에서 만난 노파의 일그러진 얼굴이
팔뚝에 떠오른다
바람이 불면 당신은
살 속 깊이 또 하나의 낯선 무늬를 새긴다
나무가 계절마다 속으로 제 무늬를
달팽이가 눈물겹게 돌아가는 제 무늬를
강물이 긴긴 제 무늬를 만들 때
마루바닥에서 펄떡거리는 물고기를 주워올린다
어항 속에서 붉은 점 하나가
날쌘 몸동작을 연습한다
사방연속무늬, 안에서
안으로 비늘이 하나 더 생겨난 줄도 모르고
* 평일의 고해 / 창비, 2006,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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