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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연속무늬 당신 [정영]

작성자초록여신|작성시간06.09.11|조회수680 목록 댓글 0

 

 

 

 

 

 

 

 

 

 

 

팔뚝엔 알 수 없는 문신

햇빛 속에서 보면 큰 파도 같기도 한

밤에 보면 도깨비 같기도 한

바랜 당초무늬, 수풀 어둠 같기도 한

 

세상엔 참을 수 없는 게 얼마나 많은지

당신, 사방연속무늬 그림을 그린다

 

습기처럼 번져나오는 무늬들

저녁이면 부스스 몸 일으켜

창문을 툭툭 친다, 어둡고 탁한 꼬리로

당신은 문밖을 두리번거리다

어둠을 꿀꺽 삼키고 막다른 골목을 달린다

지난밤 귀갓길에서 만난 노파의 일그러진 얼굴이

팔뚝에 떠오른다

 

바람이 불면 당신은

살 속 깊이 또 하나의 낯선 무늬를 새긴다

나무가 계절마다 속으로 제 무늬를

달팽이가 눈물겹게 돌아가는 제 무늬를

강물이 긴긴 제 무늬를 만들 때

 

마루바닥에서 펄떡거리는 물고기를 주워올린다

어항 속에서 붉은 점 하나가

날쌘 몸동작을 연습한다

사방연속무늬, 안에서

안으로 비늘이 하나 더 생겨난 줄도 모르고

 

 

 

 

 

 

 

* 평일의 고해 / 창비, 2006,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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