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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맞춤에 관한 시 몇편 / 이민하, 김행숙, 장옥관, 김록, 이선영, 이영옥

작성자옥수수|작성시간08.01.03|조회수562 목록 댓글 4

키스

이민하

 

 

 

붉은 빙산을 떠받치고

마른 성냥을 그어대는 두 개의 분화구

오른쪽엔 바다로 가는 계단, 왼쪽엔 용암에 타는 나무

찢어질 듯 양 날개로 헤엄치는

목 잘린 나비 한 마리



<환상수족>

 

 

 

 

 

 

 

숲속의 키스

김행숙

 

 

 

두 개의 목이

두 개의 기둥처럼 집과 공간을 만들 때

창문이 열리고

불꽃처럼 손이 화라락 날아오를 때

두 사람은 나무처럼 서 있고

나무는 사람들처럼 걷고, 빨리 걸을 때

두 개의 목이 기울어질 때

키스는 가볍고

가볍게 나뭇잎을 떠나는 물방울, 더 큰 물방울들이

숲의 냄새를 터뜨릴 때

두 개의 목이 서로의 얼굴을 바꿔 얹을 때

내 얼굴이 너의 목에서 돋아나왔을 때

 

 

 

<이별의 능력>

 

 

 

 

 

 

 

나비 키스

장옥관

 

 

 

물이 빚어낸 꽃이 나비라면

저 입술, 날개 달고 얼굴에서 날아오른다

눈꺼풀이 닫히고 열리듯

네게로 건너가는 이 미묘한 떨림을

너는 아느냐

접혔다 펼쳤다 낮밤이 피고 지는데

두 장의 꽃잎

잠시 머물렀다 떨어지는 찰나

아, 어, 오, 우 둥글게 빚는 공기의 파동

한 우주가 열리고 닫히는 그 순간

배추흰나비 분가루 같은

네 입김, 어디에 머물렀던가?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

 

 

 

 

 

 

 

각도

김록

 

 

 

속눈썹은 무언의 각을 이루고 있다

눈은 코의 경사면을 타고 미끄러진다

두 개의 동공은 코끝을 매만진다

마주 보고 있는 섬 사이에

예각적 조응이 이루어진다

교차점에서 절벽을 타고 내려오면

평원이 펼쳐진다

들판 사이를 가로지르는 바람이 있다

짧은 입맞춤이 있었다

 

 

 

<광기의 다이아몬드>

 

 

 

 

 

 

 

그대와의 입맞춤

이선영

 

 

 

  그대와 내가 입맞추는 입 안에 물고기 길이 생겼어 그대

와 나의 입 안에서 사랑에 빠진 두 물고기가 놀고 있는 것

같아 숫물고기가 된 당신의 혀와 암물고기가 된 나의 혀가

 

 

 

<차마, 소중한 사람아>

 

 

 

 

 

 

 

입맞춤

이영옥

 

 

 

그대와 눈을 감고 입맞춤을 한다면 그것은 내 안에서 일어난 수

천 개의 바람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빛나는 계절 뒤에 떼로

몰려오는 너의 허전한 바람을 마중해주는 일이며 빈 가지에 단

한 잎 남아 바르르 떠는 내 마른 울음에 그대가 귀를 대보는 일

이다 서로의 늑골 사이에서 적막하게 웅성거리고 있던 외로움

을 꼼꼼하게 만져주는 일이며 서로의 텅 빈 마음처럼 외골수로

남아 있던 뭉근한 붉은 살점 한 덩이를 기꺼이 내밀어 보는 일이

고 혀 밑에 감춰둔 다른 서러움을 기꺼이 맛보는 일이다 맑은 눈

물이 스민 내가 발뒤꿈치를 들고 오래 흔들리고 있었던 그대 뜨

거운 삶의 중심부를 가만히 들어 올려주는 일이다

 

 

 

<사라진 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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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ch-초 | 작성시간 08.01.03 흐흐흐 넘 좋다^^;;
  • 작성자실런티 | 작성시간 08.01.03 가슴 두근두근 거리는건 뭐징 ㅡㅡ^
  • 작성자노을지는쪽으로 | 작성시간 08.01.04 날카로운 첫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사러졌습니다....흠흠...용운 시인의 시구절이 문득~
  • 작성자슬픔의바다 | 작성시간 08.01.05 염장질은 강등대상이에요, 옥시시님. ㅠㅠ 저도 한용운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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