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사랑

오래된 서적 [기형도]

작성자미상|작성시간09.02.21|조회수886 목록 댓글 2

오래된 서적書籍


                                                기형도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書標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 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 1991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초록여신 | 작성시간 09.02.22 하나의 목적인 행복을 꿈꾸어야 하겠지요... 기형도 시인의 시는 젊은 우리에게 늘 일침을 가하네요. 나 또한 기적을 믿지 않는답니다. 오늘 살아가는 자체가 오로지 기적일 테니까요....
  • 답댓글 작성자미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2.22 그러게요 로또도 결국 사는 이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니 기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겠죠. 이제부터 꾸준히 로또를.. 이 아닌 기적같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해야겠어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