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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사 한 채 - 공광규

작성자도화지|작성시간09.10.17|조회수100 목록 댓글 1

무량사 한 채 - 공광규

        

 

 

 

오랜만에 아내를 안으려는데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고 묻습니다

마른 명태처럼 늙어가는 아내가

신혼 첫날처럼 얘기하는 것이 어처구니없어

나도 어처구니없게 그냥

'무량한 만큼'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무량이라니!

그날 이후 뼈와 살로 지은 낡은 무량사 한 채

주방에서 요리하고

화장실서 청소하고

거실에서 티비를 봅니다

내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날은

목탁처럼 큰소리를 치다가도

아이들이 공부 잘 하고 들어온 날은

맑은 풍경소리를 냅니다

나름대로 침대 위가 훈훈한 밤에는

대웅전 나무문살 꽃무늬단청 스치는 바람소리를 냅니다 

 

<말똥 한 덩이,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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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꽃지는저녁 | 작성시간 09.10.19 여자는 아무리 나이들어도 여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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