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살나무
박미라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무들 앞을 지나다가
가슴에 묻어둔 피붙이를 만난 듯 몇 번이고 이름 외워본다
작살나무, 작살나무, 라니!
이름까지 작살이라 못 박고 떨고 계신
그대는 누구신가?
기다림이란 저렇게
만나기만 해봐라, 이빨 으드득 깨무는 일이다
너를 박살내기 전에는 죽을 수도 없다고
이승의 한평생을 꼿꼿이 서서 버티는 일이다
닿을 수 없는 거리인 줄 알면서도
끝없이 떠도느라 푸르게 질린 너의 등짝에
온몸으로 콱! 꽂히려는 것이다
당신을 기다립니다
온몸이 작살이 되었으나
그리움 쪽으로는 한 발짝도 떼지 못하는 나무가 있다
피를 찍어 피워 올린 이파리들 다 지고
청보라빛 열매 몇 주저흔처럼 남았다
표고 1300m의 계곡을 버리고 내려온 국립공원 입구에서
다시 한 생이 저문다
먼 바다 어딘가를 끝없이 떠도는 고래 한 마리
그가 작살을 피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작살이 꽂히는 순간
평생토록 빚어온 거대한 꽃 한 송이 활짝 피워 올린다
*박미라 시집 /안개 부족/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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