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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시월[나희덕]

작성자JOOFE|작성시간09.10.19|조회수164 목록 댓글 2

시월[나희덕]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꺽어
물 위로 무심히 흘려 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살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산기슭에 걸터앉아 피웠을 담배 연기
저 떠도는 구름이 되었으리라고,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 물든 잎사귀와 물,
山門을 열고 제 몸을 여는 바위,
도토리, 청설모, 쑥부쟁이뿐이어서
당신 이름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져
물 위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 줄 당신은 아실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나질 수 있을까
이승이 아니라도 그럴 수는 있을까

 

 

 

 

 

 

*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믿어보는 가을 햇살

당신 마음에도 쓸어내렸으리라고

생각되는 붉은 단풍잎

내가 구절초차 한잔 마시고 간 줄 당신은 아실까,

아무도 모르라고

시월이 간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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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도화지 | 작성시간 09.10.22 하얗게 흐드러진 그 진한 구절초 향기 당신 가슴에 가득 채워졌으리라고...구절초차 한잔 마시고 야단스럽게 가을을 보내려 합니다...ㅋ
  • 작성자자전거 | 작성시간 10.11.03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의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의 엄숙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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