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련(哀憐) / 이시영
이 밤 깊은 산 어느 골짜구니에선 어둑한 곰이 앞발을
공순히 모두고 앉아 제 새끼의 어리고 부산스런 등을 이
윽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겠다
공사장 끝에 / 이시영
"지금 부셔버릴까"
"안돼, 오늘밤은 자게 하고 내일 아침에......"
"안돼, 오늘밤은 오늘밤은이 벌써 며칠째야? 소장이 알면......"
"그래도 안돼......"
두런두런 인부들 목소리 꿈결처럼 섞이어 들려오는
루핑집 안 단칸 벽에 기대어 그 여자
작은 발이 삐져나온 어린것들을
불빛인 듯 덮어주고는
가만히 일어나 앉아
칠흑처럼 깜깜한 밖을 내다본다
출처 : 이시영 시선집 [긴 노래, 짧은 시],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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