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속세를 떠나 산중(山中)에 은거하던 그들에겐
돈도 벼슬도 여자도 없었지만,
아내가 자식이 친구가 그들을 잊더라도
때 묻지 않은 자연이 그들의 벗이어서
두터운 구름이 은자(隱者)의 고독을 가려주었고
속 깊은 계곡이 백년 시름을 달래주었다.
끝까지 비빌을 지켜주는 우정으로
대가도 바라지 않고
시중들 하인 없이 움막에 살아도
손님이 오면 다람쥐가 뛰어 알려주고
청빈(淸貧)은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빛났다.
단풍이 떠다니는 물을 마시고,
흔한 나물과 버섯에 배가 불러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풍조를 원망해
목에 가시가 돋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태산을 돌려세워
구구한 세상사를 물리쳤으니
이백과 김시습이 은하수를 날아다니고
호수에 비친 달에 고운 눈썹이 떠다니던 그 시절에는
사방천지가 님과 통해
연못에 꽃을 띄워 그리운 이의 안부를 묻고
울적하면 산새가 와서 울어주었다.
여인들은 빨리 늙었지만
시드는 홍안이 서러워
술잔에 눈물을 떨구는 한량들이 더러 있었다고
낙원에서 쫓겨난 현대의 시인은
괜히 시내의 책방을 오가며
더위를 피할 그늘이 어디 남아 있나? 두리번거린다.
금방 쏟아질 것 같은 노래를 입에 물고서
*김용택,[김용택의 한시산책], (화니북스)에서 영감을 얻어 쓴 시.
[도착하지 않은 삶],문학동네,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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