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즐거운 것, 거대한 세상에서
분노도 기쁨으로 바꾸고 싸늘히 식은 기쁨도 덥히고
허망의 정열도 새롭게 싱싱한 것으로 충전시키는
술은 이상한 지상의 양식......
그러나 내게 말해다오, 술깬 다음날의 지옥에 대하여
네가 이 땅의 현실을 처음 보았듯이 낯설게
붉은 눈에 비치는 세상의 기이한 흔들림에 대하여
내게 말해다오, 아픈 머리와 토하고 싶은 괴로운 몸뚱이를 벗어나와
누구도 밟지 않은 낙엽 쌓인 길을 걸어가고 싶은......
술은 나를 속인다, 창부의 입술의 첫 부딪힘처럼
서늘한 유혹의 말처럼 아아 이 도취는
이 낯선 아늑함은
늘 이렇게 어리석은 되풀이의 삶은........
[어둠에 바친다], 청하,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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