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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사랑의 시작 / 다니카와 슌타로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0.02.03|조회수170 목록 댓글 1

 

너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도

네 얼굴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정신 차려 보니 문득 귀에 익은 음악 한 소절을

반복해서 읊조리고 있는 거야

너를 만나고 싶지만

그것은 정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호기심으로

내가 도대체 어떻게 되어버린 건가

다시 한 번 네 앞에서 나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 이전의 일은 떠오르지 않네

너를 포옹하는 것도 상상할 수 없어

단지 네가 없는 세계가 정말 따분해서

나는 고속 촬영하는 영화 속 배우처럼

천천히 담배에 불붙이는 거야

그러면 너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쾌락처럼도 생각돼

너는 어쩌면 언젠가 내가 타국에서 본

아득한 옛날 아름다운 조각상의 하나일지도 몰라

그 옆에서 분수는 높이 솟아 햇살에 빛나고 있네

 

 

[이십억 광년의 고독],문학과지성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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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별빛 | 작성시간 10.02.03 읽어보고 싶은 시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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