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이름의 물고기 [김형술]
내 호주머니 속에 물고기 몇 마리
살고있지 손을 뻗어 만져보려 하면
어느새 비웃듯 눈 앞을 날아가는
황금빛 유연한 꼬리, 지느러미
춤추곤 하지 전신주, 신호등에 매달려
날카로운 웃음으로 등을 쪼아대지
햇빛에게 손바닥을 내보이며 슬그머니
고해성사
손 끝에 묻은 몇 잎 비늘마저 들킬 때면
손금 속 구겨진 지도 속에서
출렁이는 바다는 달려나오지
몸 속 가득 어깨 검은 섬들 낳아 키우고
까마득한 벼랑 아래 미쳐 날뛰는 흰 포말로
나를 흔들어 허공으로 던져버리곤 하지
아무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어도
세상의 모든 이름들로 불리는
물고기 물고기 옷자락을 들추고
심장을 찔러 혈관을 헤집으며
내 캄캄한 머리 속 가득
달려가곤 하지 노래로 잠재우려 할 때마다
비명으로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서슬 푸른 비수들 어둠 속에 토해내는
가시 돋힌 날개와 지느러미를 가진
거대한 고래 한 마리 나와 함께 살고있지
* 밤이면 밤마다 물고기꿈을 꾼다.
암놈 물고기가 알을 가득 밴 채 모래바닥 근처에서 사방을 경계하며
모래 속에 알을 낳으려고 애를 쓴다.
잘 파놓은 모래 속에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밴 알을 전부 내려놓는다.
밤이면 밤마다 그 일을 계속한다.
욕망의 원천은 무엇인가.
매일 내려놓고 또 내려놓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디에서 그 알들은 생겨나는 것일까.
욕망이라는 이름의 물고기가 밤마다 나타난다.
그게 또다른 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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