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정진규]
삽이란 발음이, 소리가 요즈음 들어 겁나게 좋다 삽,
땅을 여는 연장인데 왜 이토록 입술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일까 속내가 있다 삽,
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주 잘 드는 소리,
그러면서도 한군데로 모아지는 소리,
한 자정(子正)에 네 속으로 그렇게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이 삽 한 자루로 너를 파고자 했다
내 무덤 하나 짓고자 했다 했으나 왜 아직도 여기인가 삽,
젖은 먼지 내 나는 내 곳간,
구석에 기대 서 있는 작달막한 삽 한 자루,
닦기는 내가 늘 빛나게 닦아서 녹슬지 않았다
오달지게 한번 써볼 작정이다 삽,
오늘도 나를 염(殮)하며 마른 볏짚으로 한나절 너를 문질렀다
* 봄이 오니까 삽이 생각난다.
아마도 언 땅을 삽이 열어주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삽이라는 한 음절이 봄이라는 한 음절과 같이
겁나게 좋아서는 아닐까.
아지랑이를 봄. 쑥도 봄. 봄처녀도 봄. 벚꽃도 봄. 봄, 봄, 봄........
삽으로 언 땅을 파 주시압.
그러시압.
봄을 느껴 주시압.
그러시압......
누를 압보다는 훨씬 살가운, 한 자루 삽.
보이는 것마다 탄성을 내지르게 하여 시끄러울지도 모르니
입을 다물어 주시압.
그러시압. 봄! 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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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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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자전거 작성시간 11.03.04 삽이란 한 음절이, 봄이란 한음절이 그렇게 겁나게 좋은 소리일 줄은 몰랐습니다 눈을 감고 조그맣게 소리내보니 허참, 망씀하신대로 겁나게 조아부러~~^^ 덕분에 깨달았습니다그려. 감사 에랏차차 삽으러 언땅을 푸욱 열어제치고 꽃씨라도 하나 심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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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JOOF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3.05 그 꽃이름은 삽꽃!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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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땅끝의 시인 작성시간 11.03.04 우리 큰아들 지금은 중학교 3학년 정말 까다롭던 6개월 무렵 잘 웃지도 않고 힘들게만 하던 녀석이 한 시골 식당에 갔다가 삽을 보고 이게 삽이야 했더니 엄청 웃더라구요. 그래서 한동안 삽을 엄청 말했지요. 아들 웃는 재미에..... 지금도 남편과 한번씩 그때 일을 이야기한답니다. 삽만 들으면 웃던 아들 지금은 아주 가끔씩 보여주는 미소로 만족하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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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JOOF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3.05 웃기는 짬뽕이 아이라 웃기는 삽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