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천동 본가입납(本家入納)[이명]
태어나 최초로 걸었다는 산길을 돌아
푹신한 나뭇잎을 밟으며
청주 한 병 들고 능선을 밟아 내려갔니더
누님이 벌초를 해놓은 20년 묵은 산소는
어둡고 짙은 주변의 빛깔과는 달리 어찌나 밝은지
무덤이 아니었니더
봉긋하게 솟아오른 아담한 봉오리
그랬니더, 그것은 어매의 젖이었니더
진초록 적삼을 살짝 풀어 헤친 자리에 속살이 드러나고
빛이 쏟아져 나왔지요
나는 그만 아기가 되어 한참동안 보듬고 쓰다듬고
얼굴을 파묻었을 때는 맥박소리가 들려오고
숨이 턱 막혔었니더
내가 오는 줄 알고
미리 나뭇잎으로 길을 덮어두고
아삭아삭한 소리까지 그 속에 갈무리해 두었디더
나는 낙엽을 밟으며 산등을 넘고
어매는 그 소리에 옷고름을 풀었겠지요
적삼 속에서 영일만 바다가 아장아장 걸어 나오고
해안선이 출렁거리고
몽실몽실한 백사장이 예전과 같았니더
이 젖의 힘으로 여태껏
이름 모를 풀벌레들이 환하게 한 세상 살고 있고
하늘 가득 씨앗들이 날아오르고
파릇파릇 아기 부처들이 자라나고 있었니더
* ~니더,는 경주사투리인데 혹시 이명시인이 경주사람? 하고 프로필을 찾아보니 인천사람이다.
경주에서 사년을 살면서 많이 들었던 사투리가 시어로도 등장하다니 신기하고 재미있다.
널짜다,는 떨어뜨리다,이고
널짰니더,는 떨어뜨렸습니다,이다.
시내버스를 타다가 동전 하나를 떨어뜨렸는데 한 아주머니가 나를 향해 외친 한마디,
널짰니더!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었던......
시어로 만나니 더욱 반갑다.
반갑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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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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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JOOF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3.13 ** ㅎㅎ 아마도 이명시인으로 생각되는데 인천사람이 아니고 경북 안동사람이라고 귀뜀을 해 주셨다.
하긴 인천사람이 경주쪽 사투리를 쓸 리가 만무하다.
안동은 경주와 가까우니 대체로 그 근방은 같은 사투리를 쓰는 모양이다.
이명시인님, 안동으로 고쳤시더.^^* -
작성자꽃지는저녁 작성시간 11.03.15 안동쪽에서 그런 말투를 쓰더군요. 반가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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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JOOF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3.19 그랬니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