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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다 [위선환]

작성자JOOFE|작성시간11.07.30|조회수194 목록 댓글 9

스미다 [위선환]

 

 




밤이었고, 당신의 창 밖에도 비가 내렸다면, 그 밤에 걸어서 들판을 건너온 새를 말해도 되겠다.
새는 이미 젖었고 비는 줄곧 내려서 빗발이 새의 몸속으로 스미던 일을,
깊은 밤에는
새를 따라온 들판이 주춤주춤 골목 어귀로 스미던 일을,
말할 차례겠다. 골목 모퉁이 가등 불빛 아래로 절름거리며 걸어오던 새에 대하여,
새 언저리에다 빛의 발을 치던 빗발과 새 안으로 스미던 불빛에 대하여,
웅크렸고 소름 돋았고 가슴뼈가 가늘게 야윈 새의 목숨에 대하여도,
또는
새 안에 고이던 빗소리며 고여서 새 밖으로 넘치던 빗물과
그때 전신을 떨며 울던 새 울음에 대하여도,
말해야겠다. 그 밤에 새가 자주 넘어지며 어떻게 걸어서 당신의 추녀 밑에 누웠는가를,
불 켜들고 내다봤을 때는
겨우 비 젖지 않은 추녀 밑 맨바닥에 새가 이미 스민 자국만, 축축하게 젖어 있던 일을,

 

 

 

 

 


* 스민다는 게 왠지 슬퍼진다는 말로 들린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새의 존재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우는 것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줄곧 내리는 비를 맞았으니 전신을 떨며 울음 우는 새가 되어 더더욱 슬픔에 젖게 된다.

젖는다는 것 스민다는 것 슬프다는 것

완전히 새가 되었다는 것

추녀 밑 맨바닥에 축축하게 스민다는 것

죽는 게 나았어요,라고 말하는 새가 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만하면 되었다. 비 좀 그만 와라.

비조차 울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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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동송 | 작성시간 11.08.03 스민다...
    가슴을 녹혀주는 언어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JOOF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8.04 동송님의 가슴을 녹여주는 '스미다'는 살아있는 단어이군요.
    사람이름같기도 하고......^^*
  • 작성자해피사랑 | 작성시간 11.08.10 사랑의 환상속에서 주저 앉아있던 시절 샤르뜨르와 보부아르가 주고받은 편지를 읽은적이 있어요 스무살때의 일이였나요..
    천재의 사랑을 엿보는 은밀한 재미때문일 수도 있어요 ㅎㅎㅎ<스미어드는.......
  • 답댓글 작성자JOOF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8.11 오우, 사랑을 엿보는 은밀한 재미.
    책이나 영화제목으로 쓰면 너무 선정적일까요.^^*
  • 답댓글 작성자해피사랑 | 작성시간 11.0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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