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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똥 [복효근]

작성자JOOFE|작성시간11.10.09|조회수188 목록 댓글 2

멸치똥 [복효근]

 

 

 




똥이라 부르지 말자
그 넓은 바다에서
집채만한 고래와 상어와
때깔도 좋은 열대어들 사이에서
주눅들어 이리저리 눈치보며
똥 빠지게 피해다녔으니 똥인들 남아 있겠느냐
게다가 그물에 걸리어 세상 버릴 적에 똥마저 버렸을 터이니
못처럼 짧게 야윈 몸속에
박힌 이것을 똥이라 하지 말자
바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늘 잡아먹은 적 없이 잡아먹혀서
어느 목숨에 빚진 적도 없으니
똥이라 해서 구리겠느냐
국물 우려낼 땐 이것을 발라내지도 않고
통째로 물에 넣으면서
멸치도 생선이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적마다 까맣게 타들어갔을
목숨 가진 것의 배알이다
배알도 없는 놈이라면
그 똥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들어낸 자리
길고 가느다란 한 줄기 뼈가 있겠느냐
밸도 없이 배알도 없이 속도 창시도 없이
똥만 그득한 세상을 향하여
그래도 멸치는 뼈대 있는 집안이라고
등뼈 곧추세우며
누누천년 지켜온 배알이다

 

 

 

 

 

 

 

 

* 동네에 있는 광덕산을 가끔 오른다.

육백구십구 고지 정상에 오르면 막걸리를 파는 멸치같은 아저씨가 있다.

안주는 멸치 몇 마리.

정상에서 마시는 막걸리와 멸치는 정말 맛있다.

그런데 예전에는 멸치똥도 같이 먹었지만 요즘은 똥을 발라 먹는다.

똥속에는 배알도 없는 멸치가 먹어서는 안될 것을 먹었기때문에 똥만도 못한 똥이 있다.

다름아닌 플라스틱가루이다.

한국 일본 중국에서 버려진 플라스틱, 페트병부터 스치로폼까지 전부 풍화작용을 거쳐

플랑크톤보다 작은 크기로 바다에 꽉 차 있다고 한다.

멸치가 정신없이 먹은 플랑크톤은 등짝에 다리에 머리에 온통 플라스틱가루 범벅이다.

그러니 멸치똥은 먹이에서 단물 다 빨아먹고 남은, 고작 플라스틱 쪼가리인 셈이다.

멸치를 먹을 때에는 반드시 똥을 가려 먹어야 하는 까닭이다.

주부들이여, 된장찌개에도 멸치 넣을 때에는 똥을 가려 주시오!

멸치똥은 더이상 멸치의 일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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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이솝 | 작성시간 11.10.10 멸치! 똥은 가려서 먹어야 되는가 봅니다. 생맥주 안주에 그만인데....^^, 저도 배알좀 키워야 겠습니다. 즐거운 날들 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JOOF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10.11 네, 모르고는 먹어도 알고는 못먹죠.
    하와이 해변에 가득찬 쓰레기들은 대부분 플라스틱류이고 나라별로 구분하는 하와이사람들에게 참 미안하더군요.
    한글 찍힌 것, 일본어 찍힌 것, 중국어 찍힌 것......
    태평양을 건너 흘러 흘러 쓰레기가 되고 그 사이 마멸된 것들은 바다를 꽉 채우고.
    어쩌면 우리 몸 속에도 플라스틱가루가 채워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슬픈 일이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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