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하객도 돌아간 지 이미 오래다
이제 남은 일은
열어젖힌 문들의 빗장을 꽂고
방방이 등불을 끄는 일이다
이럴 때 헷새는
돌아가 쉴 안식의 기쁨을 노래했지만
나는 불을 끈 저편의 어둠이 무섭다
어디든 마지막 등불 하나
켜두고 싶다
불을 꺼라 꺼야 한다
부질없이 긴 밤 떠들지 말고
돌아와 조용히 잠들어라
타이르던 옛날 어머니 말씀
그때는 그렇게
날마다 산불같이 번져가던 불
끄지 못해 온 살 태우며 목 마르더니
오늘은 그 불꽃 그리워
잠을 잃는다
[홍윤숙 시전집], 시와시학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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