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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불 -놀이 36 / 홍윤숙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2.02.27|조회수105 목록 댓글 0

 

잔치는 끝났다

하객도 돌아간 지 이미 오래다

이제 남은 일은

열어젖힌 문들의 빗장을 꽂고

방방이 등불을 끄는 일이다

이럴 때 헷새는

돌아가 쉴 안식의 기쁨을 노래했지만

나는 불을 끈 저편의 어둠이 무섭다

어디든 마지막 등불 하나

켜두고 싶다

불을 꺼라 꺼야 한다

부질없이 긴 밤 떠들지 말고

돌아와 조용히 잠들어라

타이르던 옛날 어머니 말씀

그때는 그렇게

날마다 산불같이 번져가던 불

끄지 못해 온 살 태우며 목 마르더니

오늘은 그 불꽃 그리워

잠을 잃는다

 

[홍윤숙 시전집], 시와시학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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