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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여승 / 백석

작성자홍수염|작성시간12.03.10|조회수375 목록 댓글 3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같이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 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백석 시 '여승' 모두




 

* 예전에 성직자나 스님이라고 하면 경외의 대상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분들은 인생의 어떤 계기나 뜻한바가 있어서, 인생의 모든 삶을 뒤로하고 자신에게 몰두하는 모습에서 조금은 존경과 연민이 교차 했던것 같다. 그때의 그분들에게선... 정말 가지취 같이 조금은 쓸쓸한 냄새가 났었다. 요즘은 모두 본바탕을 잃어 '진짜'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종교가도 정치가도 선생님도 학생도 부모도 자식도,,, 기본적인 '제모습'을 찾기 힘든 세상이다. 백석의 시를 읽다가 남자로서 내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내모습'으로만 사는게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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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시우(時雨) | 작성시간 12.03.10 골프를 치시는 신부님, 말씀이 영 귀에 들어오지 않아서 그 분도 취미를 즐길 순 있는 법인데?
    그래도 신부님의 단아한 수단(Subtana) 차림을 기대한 내 마음이 문제인 걸 알지만 씁쓸해요. 요사인 주일미사에도 수단을 차려입는 신부님들 뵙기가 어렵더군요
  • 답댓글 작성자홍수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3.11 '정형'이나 '격(格)'이란 단어가 요즘은 촌스럽게 치부시 되는 시대를 사는것 같습니다. 사람이 사는게 나이에 따라서 체험하고 체득하며,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는데,,, 바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 그러한 격조나 모습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모습이 자주 보여서,,, 마음이 얹잖을 때가 많아지니,,, 조금 속상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도 원형은 변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해야 하는데,,, 나이를 더한 부끄러워지는 요즈음 입니다.
  • 작성자이솝 | 작성시간 12.03.12 넥타이를 맨 예수나 중광 같는 스님이나 시우님 같은 여성이나 홍수염님 같은 아저씨나 이솝 같은 사내나.. 뭐 다
    이 시대를 살았고 살다 갈 무 정형 무 격의 삶들이 아니것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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