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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독(毒)을 차고 / 김영랑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2.11.27|조회수178 목록 댓글 0

내 가슴에 독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마저 가 버리면

수억 천만 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자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엇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魂) 건지기 위하여.

 

 

[영랑시선], 시문학사,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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