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사랑

아래층 여자 그 아래층 남자/ 최영철

작성자이솝|작성시간13.02.12|조회수275 목록 댓글 4

아래층 여자 그 아래층 남자

  

                                        최영철    

 

 

 아세요 그대 아침 운동 페달 돌리고 있을 때, 아직 곤히 잠든 아래층 여자 아랫배 위를 허덕거리며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 아세요 식사 후 거실 이쪽저쪽 거닐며 콧노래 흥얼거릴 때, 점잖게 신문 보는 아래층 남자 대갈통 지그시 밟아주고 있다는 사실, 아세요 잘 익은 생선 등으로 내리꽂히는 당신 젓가락, 못다 푼 숙제를 향해 엎드린 아래층 아이 등골을 쑤시고 있다는 사실, 아세요 지난 밤 당신이 누른 초인종 그 위층 그 아래층 그 옆층 뒤층 어디를 누르나 같은 웃음소리를 낸다는 사실, 아세요 당신이 뻗을 자리는 어느 길로 접어드나 앞으로 삼보 우로 삼보 좌로 삼보 잠시 주춤 뒤로 삼보에서 끝난다는 사실, 아세요 칫솔질하는 당신 면상 위로 위층 그 위의 위층으로부터 개숫물이 쏟아져내리고 있다는 사실, 층층이 포개져 헛구역질 아내 위에 그 위층 그 아래층 아내와 남편 사이에 겹겹이 포개져 있다는 사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위층 아래층을 향해 오르가슴은 달리고 있다는 사실, 잘 차려진 그득한 행복 위로 누가 자꾸 가래침을 뱉고 있다는 사실

 

                                                                                                       <그림자 호수> 창비사, 2003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동송 | 작성시간 13.02.13
    정말 조심해야겠습니다..
    층 소음뿐만 아니라
    층 이 주는 모든것까지도..
  • 답댓글 작성자이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2.14 전 아파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세상이 하도 무섭고, 겁나서리... ㅎㅎ
  • 작성자키작은 나무 | 작성시간 13.02.13 참으로 공감가는 시네요.
  • 답댓글 작성자이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2.14 서로의 배려가 필요할 것입니다.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