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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 오은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3.05.19|조회수323 목록 댓글 2

한 줄기 빛은

한 줄기 빛

발아가 이루어지면

한 포기 난초와

한 떨기 장미로 피어난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엄습하는 것들을 사랑해

 

때때로 우리가 직접 나서서

그것들을 잡기도 하지

 

커피와 김과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커서는 껌벅거리며 최면을 걸고

은밀하게 시작되는

한낮의 점성술

 

우리는 별처럼 빛나는 순간을 기다려

우리의 동공이, 우리의 동맥이

현장을 사로잡는 순간을 기다려

 

때때로 빛이 너무 커다래서

우리는 터질 듯 벅차올라

땅에 꽂히는 일도 있겠지

 

바르르 파르르

눈꺼풀을 떨며

마지막 남은 한 줄기 빛을 울컥 토해내겠지

 

한 줄기 빛은

한 줄기 빛

땅 위로 봉긋

더욱 또렷하고 아름답게 피어나

 

원음보다 선명한 메아리처럼

 

우리는 분위기를 장악하며

돌아오기 위해 달아나지

 

모니터 속으로

키보드 위로

커서 앞으로

 

별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나는 현장에서 바야흐로 발아해

이 빛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포스트잇을 떼서 이마에 탁,

붙이고 침대 위로 뛰어드는 순간

 

타버린 팝콘을 쥐듯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문학동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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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이솝 | 작성시간 13.05.21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의 그 초조함 막막함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갑자기 탁 하고 튀어오르는
    한줄기 빛, 가장 먼저 떠 오르는 이름 앞에서... ^^
  • 작성자하선암 | 작성시간 13.05.29 포스팃을 떼서 그대 이마에~
    이솝님, 안적도 읽고 있답니다. 오은의 시집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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