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야채 같은 것 [성미정]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인 식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기를 올렸다
그래 사랑은 오이 같기도 고기 같기도 한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식탁엔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그 모든 걸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 칠십 먹은 노부부, 늘 식빵의 껍질을 벗겨 할머니에게 주던 할아버지,
어느날 할머니가 빵 껍질을 냅다 던지며 화를 낸다.
내가 평생을 빵 껍질을 먹었지만 이제 나도 속을 먹고 싶어!
처음부터 속을 먹고 싶었는데 할아버지가 너무 속을 좋아해서
벗겨낸 빵 껍질만을 먹었던 할머니,
사랑은 말해주지 않으면 그런 줄만 아는 것,
아마도 치아가 튼튼했더라면 계속 빵 껍질을 먹었을 테지만
이제 치아가 성치 않아 사랑도 성치 않아진 게다.
사랑은 자세히 말해주지 않으면 오해하는 것, 이해가 안 되는 것,
살아보고 느끼고 깨닫고 싸우다 싸우다 안 되면 포기하고 양보하고
그러고서야 얻어지는 것, 그게 사랑인 것,
** 입사 삼년차인 직원이 주례를 부탁했다.
야, 내 나이에 무슨 주례냐?
- 주례할 나이입니다.
거절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
틈틈이 떠오르는 주례사는 일종의 파란글 같은 것,
일반 주례자들의 진부한 주례사는 아니다 싶어 파란글을 쭉쭉 늘려서 주례사로 쓸까 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주례사인데 첫마음처럼 써야 되지 않을까.
머리에 쥐가 난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하선암 작성시간 14.08.03 ㅎㅎ
사랑처럼 여러 번짐을 갖는 것도 드물 것!
그래서 정의가 아닌 되는 것!
휴가 기간 쉬고, 비 오고 그러네요. 비 와서 조횽하네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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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하선암 작성시간 14.08.03 ㅎㅎ
사랑처럼 여러 번짐을 갖는 것도 드물 것!
그래서 정의가 아닌 되는 것!
휴가 기간 쉬고, 비 오고 그러네요. 비 와서 조횽하네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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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JOOF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8.05 숨은 글 찾기는 아니겠죠.ㅎㅎ
오늘쯤 하선암으로 내려가셨겠군요.
푹 쉬시고 좋은 시재료도 바리바리 싸오세요.
좀 선선해지면 시낭송 한번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