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407호]
아버지의 꼬리
안상학
딸이 이럴 때마다 저럴 때마다
아빠가 어떻게든 해볼게
딸에게 장담하다 어쩐지 자주 듣던 소리다 싶어
가슴 한쪽이 싸해진다
먹고 죽을 돈도 없었을 내 아배
아들이 이럴 때마다 저럴 때마다
아부지가 어떻게든 해볼게
장담하던 그 가슴 한쪽은 어땠을까
아빠가 어떻게든 해볼게
걱정 말고 네 할 일이나 해
딸에게 장담을 하면서도 마음속엔
세상에서 수시로 꼬리를 내리는 내가 있다
장담하던 내 아배도 마음속으론
세상에게 무수히 꼬리를 내렸을 것이다
아배의 꼬리를 본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배의 꼬리는 떠오르지 않는데
딸은 내 꼬리를 눈치챈 것만 같아서
노심초사하며 오늘도 장담을 하고 돌아서서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꿈틀거리는 꼬리를 누른다
-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실천문학,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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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사는 안동숙맥 안상학 시인의 신작 시집이 나왔습니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이전의 시집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시집도 여운과 울림이 무척 큰 시집입니다. 안동 가시면 안상학 시인과 술 한 잔 나누시면 세상 시름 잠시 잊을지도 모를 일이니 시집 한 권 들고 가서 물어물어 꼭 만나보시길요...
아버지의 꼬리... 내 아버지도 평생 쥐꼬리 월급으로 세상과 싸우다가 마침내 세상에 졌더랬지요... 식구들에게는 쥐꼬리를 감추기 위해 급급했고 세상에게 무수히 꼬리를 내렸더랬지요... 내 아버지만 그랬겠습니까... 시인의 아배처럼 우리의 아버지들이 다 그렇게 세상에게 꼬리를 내리고 세상에 졌던 사내들이지요... 식구들한테는 그 가볍고 가는 꼬리를 감추기 급급했고 말입니다... 그리고 나도 아버지가 되어 아버지처럼 아버지의 꼬리를 달고 세상에 꼬리를 내리고 있으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노심초사하면서 또 하루를 건너고 있는 형상입니다...
오늘부터 3일 휴가입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2014. 8. 4.
강원도개발공사 대외협력팀장
박제영 올림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다래투 작성시간 14.08.04 휴가 잘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다래올림. -
작성자JOOFE 작성시간 14.08.05 휴가 잘 다녀오세요.
난 어제 동해안 돌고 오면서 평창을 관통하면서
박시인이 이 근방에서 근무하겠구나,했습니다.
시사랑회원인 이내님도 미탄보건소에서 근무하시려나 생각하면서
평창 옥수수 두개나 먹었습니다.ㅎㅎ
오늘은 비가 오지 않으니 좋은 휴가 보내세요.^^* -
작성자아름다운세상 작성시간 14.08.05 저 아버지에게 잘해야겠다..^^이 세상의 모든아버지어머니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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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동송 작성시간 14.08.06 아버지의 꼬리..
가슴이 아파옵니다..
휴가 잘 보내고 오세요.. -
작성자하선암 작성시간 14.08.19 난, 그러죠
얀마, 아
빠가 못하는 게 뭐있어. 걱정도 팔자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