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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환한 방/ 김나영

작성자김명서|작성시간14.09.13|조회수173 목록 댓글 0

환한 방



김나영



  개념이 없지,내가 통과하면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국경일, 일요일은

없어지지, 나는 의자 없이 바닥에 앉아서 경계를 뭉개, 내게 의자가 없어

서 다행이야, 오늘은 말이지 3시 38분에서 9시 56분 사이에 말이지, 아니

어제 6시 16분에서 9시 34분사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아, 츄리닝처럼 괜찮

아, 구두를 베고 신문을 덮고 잠들었어, 프라이팬으로 파리를 잡았어, 넥

타이를 허리에 묶고 뭉개구름처럼 뭉개버렸어, 뭉크가 절규하던지 말던

지 나하고 상관없어, 나는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으니까, 이 시 제목은

세상이 나를 버린 후가 더 적당하겠소, 소가 너머 간 후가 더 적당하겠소,

이상에게 물어볼까, 환한 방은 너무 개념적이야,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그냥 가만히 방에 숨죽이고 있으면 돼, 불가능의 

가능성, 그게 나야, 그러면 나를 둘러싸고 있던 철사줄 같은 개념이 연기

처럼 실실 빠져 나가지,개념을 연기(演技)하지 않아도 돼, 그냥 즐기면

돼, 나는 매일매일 연기처럼 가능해지지, 해 지고 다시 해시시 해 뜨거나

말거나 말걸 사람이 없어도 나는 화나지 않아, 아기처럼 나는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런데 곧 지루해질지도 몰라, 곧 개념이 들이닥칠지도 몰라,

아직은 지루해지기 전 해뜨기 전이라서 괜찮아, 나는 이 방이 좋아, 내 방

에 놀러 올래?



열린시학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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