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른다/이수명
나를 나른다. 잠시 여기로 나른다. 여기를 보여라.
내가 여기로 들어서도 여기는 나에게 오지 않는다.
여기가 나에게 온다면 나는 비로서 여기와 어깨를 맞
대고 어깨들은 사라질 텐데 여기에 이어질 텐데 여기
는 거기에 있고 여기는 저기에 있다. 여기는 여기저
기에 있다. 여기저기에 붙었다가 떨어져 나간다. 나
는 부질없이 아침과 겨루고 저녁과 겨룬다. 나를 나
른다. 여기로 나른다. 나는 단 한 번 여기를 보여라.
나는 기어이 여기를 앞지르고 만다. 그러나 또다시
여기가 내 앞에 있다. 결코 여기에 온 적이 없는 어떤
것이
*마치/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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